우리들 인생을 화단처럼 가꾸어,
미국의 넓은 땅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아온 저자가 한국의 좁은 땅에서 흙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흙과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적 그리움임을 깨닫는다. 정치인이 서울을 정원 가꾸듯 아름답게 꾸리려던 꿈과 그로 인한 좌절, 그리고 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취미가 사회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통해
만핫탄에 살 때도 창가에 선인장 화분을 줄줄이 가꿨던 우리가 흙이 보이는 이 작은 동네로 옴겨온 지 14년이 된다. 유태인, 이태리인이 대부분인 평범한 동네다. 이사를 하자 마자 잔디구석을 잘라내 고 밭을 만들었다. 첫해는 아마 스므가지가 넘는 채소를 그것도 한국토종씨를 구해 심었다. LA에서 친구들이 오면 채소밭 옆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갔다. 흙 한줌의 한을 푼 것이다. 집에서 난 채소를 비닐봉지에 넣어 무슨 보물이라도 되듯이 동료 직원들에게 옆집 이웃들에게 선물처럼 주었다. 유대 인, 이태리인 이웃들과 함께 서로 못보던 꽃이나 고운 꽃은 모종을 서로 나누고 꽃씨도 주고받는다. 우리가 하도 열심히 채소를 가꾼 것을 보고 있던 옆집 유대인 이웃도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심었다. 봄철 여름철이면 서로가 밭에서 날마다 만나 그 전에 없었던 대화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와 다른 점 은 그 유대인 이웃은 가꾸는데 만 정신을 쓰고 채소를 먹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도 역시 자신도 모르는 흙에의 본능적 그리움이 의식 깊숙이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88올림픽후 21세기대통령자문위원으로 있던, 서울의 변호사 친구는 동구 5개국 순방중에 어느 대사 관저에 저녁초대를 받았다. 저녁식사에 오른 채소 맛이 싱그러웠다. 살라드맛 칭찬을 했더니 그의 취 미생활이 집안 야채를 가꾸는 일이라고 하면서, 식단에 오른 것이 모두 집에서 직접 키운 채소라고 했다는 말에 큰 느낌을 잊지 않는 그였다. 내가 아는 그 친구의 취미도 역시 채소밭 가꾸고 흙과 자 연을 좋아하고 그 멋과 낭만을 아는 사람이고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후 그는 "서울시를 내집 정 원 가꾸듯 아름답게 꾸며 보겠다." 고 "똑 바로 하겠다." 는 아름다운 꿈의 의지를 보였던 최연소 저 유명한 문민초기의 "7일간의 서울시장"의 주인공이 었다. 집 옆에 인접된 터가 아까워서 거기에 나무 를 심은 것이, 흙의 낭만을 아는 사람이 소위 그린벨트 훼손명분으로 당한 생매장이었다. 집뜰을 일꾸어 채소를 심을줄 알고 그것을 행복으로 즐길줄 아는 정치인과 한국 같은 형편으로는 아 직 화려한 귀족취미로, 온갖 비리 음모가 이루어지는 취미인지 허세인지 모를 억지 골프 취미와는 다른 질의 사람취미 이다. 작가 정 연희씨는 이 일을 소재로, 흙을 사랑하는 사람의< 7일간의 외출> 이라는 한폭의 수채화 같은 그의 미려하고 섬세한 글로 썼다. 흙 때문에 말썽난 그집을 내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미국 같으면 30평 됨직한 땅위에 세운 새 집 같은 작은 집이었다. 독일에서 공부한 그가 그 작은 집을 유럽풍 창문을 낸 것 외에는 4명 앉으 면 꽉찬 식탁이 있는 비좁은 집이었다. 우면동이 지금처럼 개발이 되지 않았을 때 흙이 그리워 그곳 으로 이사를 했다. 그때 그곳은 허허한 계곡이었다. 진입로 포장은 물론 상수도마저 아직 들어오지 않았던 때였다. 1 of 2 (전체) 지금도 들어가는 길 좌우로 비닐하우스 화원들이 있었다. 흙을 사랑한 사람의 수난과 수모였다. 그는 그일 이후 태평양과 미주대륙을 연결하는 참으로 큰 지구촌 땅을 꽃밭으로 가꾸어 가고 있다.
생명의 비밀은 흙속에 있다. 흙의 비밀속에 생명의 신비가 있다. 흙의 비밀을 알아 갈수록 삶의 의미 도 풍성해 진다. 흙속에는 생명이 있고, 그 흙위에 자연이 있고, 자연생명과 더불어 사람은 생존한다. 생명은 땅위에서 자라고, 사람의 생명은 자연에서 생기를 얻는다. 인간의 역사는 땅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땅을 중심해서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땅을 구분하여 그것이 마을이 되기도 하고, 민족의 단위가 되 기도 하고 국가를 이루기도 했다. 땅에 사는 사람들이 땅을 서로 빼앗기 위해 전쟁을 했다. 위대한 영웅은 영토확장을 천하통일이라는 이름으로 강해지면 약한 나라 땅을 침략했다. 시져도, 알렉산더 도, 징기스칸도, 나포레온도, 일본의 동조 힛틀러도 그랬다. 땅을 넓히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땅 을 놓고 땅먹는 부자가 되는 한국의 부동산 투기는 자고 나면 벼락부자를 만들어 사회의 병폐를 만 들고 있다. 강남의 벼락부자문화가 압구정동 오렌지족의 퇴폐풍조를 몰고 왔다.
중세 어느 왕국에 전쟁이 났다. 전쟁터에서 죽을뻔 한 왕을 신하가 구해주었다. 그 신하의 덕으로 살 게 된 왕은 신하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상을 주어 그 신하의 은혜를 갚고 싶었다. 왕은 신하를 불러 "그대는 나의 생명의 은인인데 그대가 원하는 것은 이 나라에 있는 것은 무엇이나 주겠소.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소원을 말해 주시오." 문무 백관이 모인 자리였다. 그때 왕궁의 뜰에는 넘어가는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그때 신하는 왕에게 소원을 말하기를, "왕이시여, 왕께서 소인의 소원대로 무 엇이든지 주시겠다면 지금 이 햇빛으로 생긴 내 그림자를 반경으로 원을 그리겠습니다. 내 그림자 밖의 모든 땅을 저에게 주옵소서." 왕은 약속대로 신하의 그림자 밖의 전 국토를 신하에게 주었다. 자기 그림자의 이기성의 굴레를 벗어나면 오히려 엄청난 큰 것을 얻는다는 예화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개인은 개인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자신의 이기성 그림자를 포기하지 못한 약탈 의 싸움이었다. 집단성 국가 이기주의 그림자를 포기할 때 인류는 참된 자기 땅을 차지하고 누리게 될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 고국은 그 작고 좁은 땅마저 역사의 수없는 수탈속에 내땅 내흙을 잃버리 고 살다가 이제는 그것 마저 두쪽으로 갈라놓고 있는 것일까. 백두산 천지에서 한라산 백록담까지 한줄기로 뻗어 내린 금수강산을 잘라 놓고 같은 민족 같은 땅에서 52년이나 서로가 서로의 살을 찢 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대만의 핵폐기물을 받아 방사능 쓰레기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망발은 도대 체 무엇일까. 금수강산 수려한 우리 고국이 세계의 꽃밭으로 가꾸어지기를 바란다. 가요가사 처럼 한 스럽고 안타깝다. "강물도 바다에서 다시 만나고, 철새도 철따라 오가는 땅"을 원수 되어 골육도 못 만나는 이 한이 풀릴 날은 언제일까. 왜 우리는 잘린 땅도 원통한대 핵탄두를 단 미사일을 정 조준 해 놓고, 우리들의 땅을 불바다로 초토를 만들어 자멸을 자초하고자 하는 것일까.
오월에 한평 꽃밭을 가꾸면서 땅이 주는 고마움과 땅이 주는 서러움도 함께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민족이 섞여 사는, 보이는 동네 정원들의 꽃가꾸기를 보면서 마음의 꽃밭을 함께 가꿔야 한다 는 깨달음도 오고, 내 울타리를 넘어 아름다움을 나누는 꽃밭이 더 곱고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배우 고 있다. 인종도 국경도 뛰어 넘는 꽃밭을 가꿔야 하는 시간에 살고 있다는 것도 깨닫고 있다.
꽃밭의 아름다움은 마음속에 가꾼 꽃밭이 가장 아름답다. 우리들 마음속에 핀, 사랑의 꽃 한송이가 가장 곱고 아름다울 것이다. 사랑의 꽃이 만발한 꽃동산 세계공동체가, 새로 오는 21세기의 새 땅으로 닥아오는 꿈을 꾼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잡초 하나를 뽑으면서, 손에 손잡고 지구촌 마을마다 꽃밭처럼 가꾸어지는 사랑 의 이웃이 되어 살고 싶은 꿈을 꾸고 있는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