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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활짝 열려라. 고국의 푸른 하늘아!"

강용원 간사 · 1998년 01월 15일
- 개천절에 기원하는 고국의 다시 푸른 가을 하늘 -

대형 참사가 잇달고 있는 비행기를 다시 탔다. 막상 오른 비행기 안에서 갖은 상상이 난무한다. 하루 전 신문에서 본 인도네시아 공기의 공중폭발 분해된 사진이 아른거린다. 괌의 니가야 공항 KAL기의 타오르는 불길도 식은땀으로 젖어 온다.

우연과 필연이 엇갈리고 있다. 개연성의 확률을 계산해 보고 있다. 회의 참석차 LA를 급하게 갔다 와야 하는 내 직업 속에 얽혀 있는 피할 수 없는 삶의 임무였다. 초가을 뉴욕의 산뜻함을 안고간 LA는 "인디언 섬머"의 무더위속의 한여름이었다.

고도 3만5천피트 상공, 왕복 5천마일, 주행11시간을 하늘 위를 날아 온 것이다. 처음 몇 년은 비행기를 타면 즐겁기만 했다. 지상의 속박에서 벗어난 해방감 같은 어떤 자유를 누려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점점 회수가 늘어감에 따라 내게는 비행기 타기 싫은 구속감이 나를 얽어매고 있다. 폐쇄공간에 들어가면 생기는 클로스드 포비아증(Colsed Phobia)세가 발작하듯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컴퓨터를 작동해서 글을 쓰던지 읽기 상거로웠던 책을 골라 읽든지 나 나름대로 어려운 프로젝을 구상하던지 정신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일을 찾아 시간을 보낸다.

이번 여행에서는 어쩐지 구름을 유심히 바라보고 싶었다. 북쪽으로부터 내려가는 사계절이 한눈에 들어 온다. 땅에서 올려다보는 구름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구름의 차이가 어떤 느낌으로 오는것인가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 가지고 탄 시집을 꺼내 읽어본다.

"강나루 건너서 밀 밭길을 /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나그네 시다.

나그네 인생의 가을 여행길 뜬 구름같은 인생 나그네의 상념이 구름위에 그려진다.

"구름 가네 구름 가네 / 강을 건너 구름 가네 / 그리움에 날개펴고 / 산너머로 구름 가네 / *구름이야 날개펴고 / 산너머로 가련만은 / 그리움에 목이 메어 / 나만 홀로 돌이 되네/ *구름가네 구름가네 / 들을 건너 구름 가네 / 그리움에 날개 펴고 / 훨훨날아 구름 가네/*구름이야 가련만은 / 그리움에 눈이 멀어 / 나만 홀로 돌이 되네 / 산위에서 돌이 되네/ - 박목월의 그리움이다.

나그네 인생 길에 실체를 알 수도 없으면서 젖어오는 그리움, 가을 하늘에 망연히 떠오르는 고국의 푸른 하늘이 나도 몰래 젖어 오른 눈시울 속에 프리즘이 된다.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 저 중아 게 있거라 네 가는 데 말 물어보자 / 그 중 손으로 흰 구름 가리키며 말 아니하더라.' 이렇게 읊은 송강 정철(鄭澈)의 구름은 무상(無常)의 형용이라 했다.

우리 조상들의 구름 이름 붙인 걸 보면 공감된 비원(悲願)이 담겨져 있음을 본다. 층층구름(層積雲)을 시루떡구름, 띄엄띄엄구름(泰積雲)을 수제비구름, 뭉게구름을 범벅구름, 그리고 구름에 노란색이 돌면 굶었을 때 부어오른 얼굴색 같다 하여 부황구름이라 했다.

새털구름, 조개구름, 솜털구름, 먹구름, 비구름, 안개구름 등 고도에 따라 층을 이루어 기류에 따라 떠다니는 구름 나그네들이다. 비행기는 기류변화를 가장 적게 받는 새털구름(또는 권운)위를 나른다.

미국의 한 대륙을 대각선으로 횡단하면서 내려다 본 구름은 다양한 모습이었다. 어떤 지역을 지날때는 솜사탕 같은 구름, 꽃구름으로 보이는가 하면 어떤 지역을 지날때는 산맥을 이룬 구름, 어떤 곳을 지날때는 알라스카의 빙하를 옴겨온듯한 모양, 아련한 구름성 속에 구름나라 공주라도 나와 줄 것 같은 구름 모양이 있다. 새까만 마귀 옷을 입고 혀를 날름거리는 독사 같은 번개 먹구름도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구름은 여러 모양의 한폭의 그림이었다. 그러나 저 구름 밑에서 올려다 본 구름은 그 구름이 떠 있는 곳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한다. 덮여 있는 구름에 따라 지상의 그날 환경이 바뀌는 것이다.

지구의 환경 오염으로 기상에 변화가 막심하다. 옐리노현상, 인도네시아 산불로 동남아 일대가 운무에 쌓여 심각한 대기 오염의 연대적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우리 고국의 하늘은 짙게 흐려있다. 중국의 산업화로 내 뿜고 있는 연기구름이 황사와 더불어 불어닥치고 동남아 일대 공업화 매연이 맑아야 할 우리 하늘을 뒤덮고 있다. 국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먹구름이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들게 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땅에서 보는 뒤덮인 구름과 하늘 위에서 보는 구름은 다르다. 구름의 특징은 움직이는 것이다. 기류에 따른 이동성일 뿐이다.

LA에 머문 호텔에 자정이 가까워 돌아오니 커피 샾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 앞에 200여명이 환성지르고 있었다. 우리의 숙적 '죽어도 이겨야하는 일본'을 월드컵 예선 경기에 최후의 10분을 남겨 놓고 2대1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었다. 세계의 야구투수에 우뚝선 박찬호, 세계의 음악의 정상에 선 조수미, 정보화시대의 선두를 주도하고 있는 손정의를 보면서 우리 조국의 하늘이 다시 맑아 오는 것을 본다.

내일 모래 우리는 개천절을 맞는다. 곤두박질 치던 하락 일로의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름 위에서 보는 고국의 하늘은 다시 천고마비의 계절을 되찾고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하늘 처럼 높은 마음가짐으로, 구름 커틴을 활짝 열고, 하늘이 다시 열려, 개천 하는 우리고국의 새 하늘이 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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