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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기러기떼 "

강용원 간사 · 1998년 01월 15일
- 동물 보다 높이 날아야하는 인간의 팀웍의식 -

우리민족의 민속전통에 한가위 추석만큼 아름다운 고유의 절기도 없는 것 같다. 3천만에 가까운 민족이동이 벌어지는 축제중의 축제다. 고향을 찾는 마음,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마음, 부모 곁으로 가족이 모여 앉고 싶은 아름답고 착한 마음들이다.

세계 어느 민족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곱기만 한 우리만의 정서다. 둥근 달, 오곡이 무르익은 들판, 초가 지붕 위에 빨갛게 수놓아 말리는 익은 고추, 알알이 여문 밤송이, 하얗게 핀 박꽃, 깃을 달고 익은 사열하는 옥수수 대... "더도 덜도 말고 한가만 하소서" 풍요롭고 훈훈한 인간의 정이 넘치는추석을 보냈다.

이국에 땅에 몸은 떨어져 있을지라도 이민의 삶에도 덩달아 즐거워지는 계절이다. 날마다 한가위 축제 같은 날처럼 행복해 지는 삶을 누리며 살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제로 지나간 한가위이지만 올해의 추석의 분위기는 멀리 이국에서까지 그렇게 즐거운 분위기를 느껴오지 않는다. 일본말에서는 우리의 일기예보를 천기(天氣)예보라 한다. 둥근 달까지 개기일식을 하고 태풍이 불어닥쳐 정작 가야하는 해상은 발이 묶여 섬에 사는 사람들은 추석을 망치고 말았다. 천기마저 불길한 올해의 한가위였다.

추석 잔치를 앞두고 나리 양이 살해된 비보가 우리를 슬프게 했고, 정부의 토막 살인, 대선 정국의 이 인제 출마선언으로 정치권의 약속을 저버린 저속하고 비열한 풍토가 우리마음을 흐리게 하고 있다. 감나무에 익은 감처럼 익어 가는 성숙된 고국의 풍토가 아쉬워 지는 올해 추석이었다. 인간이 동물보다 자연보다 정말 높은 수준의 정신이 있고 영이 있는 동물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가을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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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가는 V자로 대형을 지어 가는 기러기 떼를 유심히 보자. 기러기 떼가 V자 대형을 짓는 과학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생각해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한 마리 한 마리의 기러기가 날개짓을 할 때마다, 바로 뒤따르는 동료에게 부력을 제공한다.

전체 기러기 떼가 V자 대형으로 나르게 되면 적어도 한 마리가 날아가는 거리보다 71%이상을 더 날아갈 수 있다. 같은 비젼과 공동체 의식을 가진 이들은 서로간에 도와주며 끌어주면서 나아감으로 더 빨리 더 쉽게 공동의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만일 한 기러기가 그 대형에서 벗어나면 갑자기 저항력을 느끼면서 힘들어지게 되면 즉시 대형으로 돌아와서 앞에 날아가는 동료가 주는 그 부력을 이용하게 된다.

사람들이 이런 기러기 무리 만한 공동체 의식이 있다면 우리도 같은 길을 가는 이들과 같이 대형을 이루어 훨씬 더 쉽게 나아가게 될 것이다.

선두에 선 기러기가 지치면 대형의 뒤로 물러서고 다른 기러기가 선두에 선다. 남쪽으로 날아갈 때, 혹은 어떤 힘든 일을 진행할 때 서로 돌아가면서 그 일을 감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기러기 떼는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앞에 선 이들의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응원가를 부르듯, 합창하는 기러기 노래 소리다. (인간인 우리는 그것을 기러기 울음소리라 하지만, 기러기는 인간이 한심해서 야단치는 소리다.)

인간인 우리는 앞서가는 사람 뒤에서 무엇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가?

더욱 기특한 사실은, 한 마리가 총상을 입거나해서 아파서 대형에서 쳐지면 다른 두 마리가 같이 대형에서 빠져나와 부상당한 기러기를 다시 날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끝까지 보살피며 보호해 준다. 그래서 다시 정상적으로 날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같이 대형을 이루어 가든지 아니면 죽은 후에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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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런 기러기 무리 같은 팀웍의식이 없다면 인간은 동물보다 낳을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인간인 우리가 서로가 서로를 위해 도와주지 않고도 살수 있는 양식을 가진 만물의 영장 인간이라고 하겠는가?

익어가는 가을, 깊어가는 가을밤에 인간이면 생각 해 보아야 하는 인간 성숙의 문제다.빨갛게 익어 있는 감나무 감,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며 생각해야하는 추석축제 한가위 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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