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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도 못다 핀 목련의 꿈

강용원 간사 · 1998년 01월 15일
사월도 이미 하순을 지나고 있다.
봄과 겨울이 엇갈리는 교차로를 지나면서 아슬 아슬한 생명의 투쟁을 조바심을 안고 보고 있다.

지난 4월1일 세미나 참석차 보스톤에 있었다. 그날 저녁 뉴욕으로 돌아와 있어야 하는 예정이었다. 화씨 60-70도 까지도 올라간 성급한 뉴욕의 봄만 생각하고, 무거운 겨울 옷도 팽개치고 가벼운 봄 옷 차림을 하고 갔다. 정말 April Fool 처럼, 갑자기 폭풍을 동반한 눈이 최고 41인치, 보스톤 시내는 26인치를 내리 덥쳤고, 마사추세츠 주지사는 주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모든 교통 수단은 마비되었다. 일기를 보도한 아나운서는 계속해서 "April Fool"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스톤에 20년만에 닥친 이 변이었다. 취소된 여행객들은 가는 곳 마다 만원 사례 호텔을 찾느라고 자정 까지 눈보라 속을 헤맸 다. 다음날 겨우 얻은 기차편도 기차역에서 5시간을 기다렸고, 정상운행 5시간이면 오는 뉴욕을 7시 간반만에 Penn Station에 나를 내려 주었다. 월요일 스케쥴을 한달전부터 세워둔것들이 모두 억망이 되었다.

보스톤에서 어이 없이 당한 봄도둑에게 분풀이라도 해야겠다고, 4월3일 가족함께 짐을 챙겨 차 지붕 위에 묶고 뉴져지 턴파이크를 달리다가 가방 하나가 떨어져 찾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다 시 다음날 4월4일 워싱톤 벚꽃 맞이가 4월5일이 절정이라는 컴머셜을 믿고 서둘러 워싱톤으로 갔다. 온 하늘이 하얗게 꽃구름으로 덮혀 있을 꿈속의 워싱톤의 벚꽃은 이미 떨어져 버렸고, 여기 하나 저 기 하나 게으른 벚꽃만이 빈정거리기라고도 하듯 가넓은 웃음으로 우리를 향해 웃고 있었다. 서둘러 더 남쪽 세난도 국립공원으로 스카이라인 드라이브에는 있으리라는 신록의 새순을 기대하며 달렸다.

세난도 국립공원은 고도가 3천여 피트나 높아, 아직 한 겨울 앙상한 겨울 나무 그대로 였다. 정상의 푸른 목장, 그리고 어딘가에 인디언 들이 캐낸 신비한 약초를 혹은 산삼이라도 있을까하는 부풀은 나의 기대는 시차를 이겨내지 못한듯 피로와 좌절이 엄습해 왔다. 산을 내려가자. 비취로 가자. 버지 니아 비취로 차를 몰았다. 버지니아 비취로 가는 길, 이미 신록이 푸르러 있고 나무 나무사이 여기 저기 Dogwood 꽃들도 피어 쫏겨 다니는 우리의 봄 맞이를 위로라도 하는듯 하늘 거린다.
버지니아 비취에는 우리처럼 성급한 봄맞이에 애를 먹은 사람들이 벌써 벗어 부치고 죄없는 모래를 짓밟고 부벼대며 북적대고 있었다.
우리는 바다를 가로 지른 다리를, 바다를 나는 갈매기와 함께 체사피크 브릿지를 건냈다. Ocean City를 거쳐 다시 뉴욕으로 돌아 온 봄여행이었다.

집뜰에 한구루 목련에 해마다 봄 희망의 기대를 건다.
떠나기전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아 못내 아쉬움으로, 올해도 혹시나 조마 조마한 마음으로 그러나 설마 올해야 활짝핀 목련이 우리를 반겨 줄 것을 기대하고 왔다. 그러나 올해도 우리의 목련은 핀채 로 새까맣게 얼어 버렸다. 제 마음대로 맞을수 없는 봄 맞이 기대였다.

사월은 나에게 생명을 준 달이다. 그래서 특별히 아내와 아들이 마련해준 봄맞이 여행이었다. 20여년 전 지금 아들을 유모차에 싣고 차 뒷자석에 베이비 클립에 동여 메고 갔던 그 길을 이제 그 아들이 자라서 천 마일이 넘는 드라이브 길을 거의 혼자 해 냈다. 장성해 진 아들을 보고 대견 스러움과 그 만큼 내 생애가 흘러 버렸구나 하는 엇갈림이 뒷자리에 앉은 나를 한참동안 흔들고 있었다.

생명의 봄맞이와 생애의 봄맞이는 다를 수 있다. 계절 생명의 시간과 환경 생애의 시간은 따로 따로 오고 있을수 있다. 우리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계절이 자신의 생각대로 올것이라는 생각으로만 메 어 있어서도 안될 것 같고, 한 인생의 생애의 봄도 너무 조급한 자신의 생각으로만 고집해도 안될것 이라는 것을 성급한 봄맞이에 얻은 교훈이다.

올해도 제대로 피어보지 못한 목련의 꿈을 보면서, 역사의 시간속에 돌고 있는 조국통일의 봄도, 내 한 생애의 봄도 인내로 더욱 가꾸어야 한다는 목련의 기다림을 희망속에 피우고 싶다. 깃발로 펄럭이는 꽃은 빼앗겨도 그 나무등걸은 더욱 커지며, 그 가지는 더욱 높이 뻗어 키우는 목련 의 인내를 다시 보는 사월을 보낸다.

우리 세대를 4.19세대라 했다. 안암동 로타리에 자욱한 최루탄 눈물, 함성, 머리띠를 맨 친구들의 얼 굴이 스쳐 간다. 3월의 기미독립만세 소리, 5.16의 군사혁명의 소용돌이친 한국의 역사가, 4월을 두고 앞뒤에 있다. 그 역사는 아직도 돌고 있다.

이것은 사월에 난 생명이 역사의 수레바퀴속에 함께 돌아가야하는 설왕설래, 춘래불사춘 목련꽃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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