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박목월
푸른 넝쿨들은
늙은 정정한 나무를 감으며
더 높은 하늘을 만져 보기 위하여
위으로 위으로 손을 뻗쳐 기어 오르고
늙은 정정한 나무를 감으며
더 높은 하늘을 만져 보기 위하여
위으로 위으로 손을 뻗쳐 기어 오르고
골짜구니 샘물은 넘쳐 흘러
언젠가 꿈꾸던
먼 망망한 바다의 아침의 해후를 위하여
낮은 데로 낮은 데로 지줄되며 내려간다.
나래 고운 새들은
오늘의 사랑과
어쩌지 못할 슬픔과 즐거움을 감추지 못해
가지에서 잔 가지로 날으며 울고
습습한 그늘
나무와 그늘과 나무 그늘 푸섶에선
달팽이는 이제야 뿔을 쭝겨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늦으막한 여행길에 오르고
배암은 그늘에 숨어 사래쳐 도사리고
누군가를 저주하고 혀를 갈라 날름대고
달변을 연습하고 독의 꽃을 마련한다.
양지쪽 다람쥐는
그 저지른 스스로의 잘못을
꾸며서 가리우기 위하여 알랑달랑 바쁘고
풀버러지는, 풀버러지는
낮에도 밤에도 다만
가늘고 선량한 노래의 선율을 울릴 뿐이다.
숲은,
밤에 찬란히 이는 머리 위 하늘의
별들이 내려 주는 촉촉한 이슬에
지혜가 늘고
갑자기 때로 불어 치는
바람과 비바람과 폭풍과 번갯불의 시련에
의지가 굳는다.
숲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쓰다듬어 애무하며
숲은 늘 위로 들어 소망하고
고개 숙여 명상한다. 무릎 꿇어 기도한다.
언제나 먼
푸른 바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총총하고 장엄한
별이 박힌 하늘에로 푸른 꿈을 준다.
- [청록집](1946) 수록.
자연계의 숲을 통해서 인간 세계의 생태를 노래하고 있다.
주제는 숲이 지닌 포용력과 생명력 및 그 소망.
작자의 말 - "산을 찾고, 산에 숨어 살고, 그리고 안으로 울고, 그러한 심정을 얼마간 시로써 미화시키는 것으로 자위를 삼았다 - 그리하여 도피도 장했고, 서러움을 노래하는 것도 하나의 지조였다."
199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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