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것은 빈 것으로 정결한 컵
박목월
빈 것은
빈 것으로 정결한 컵.
세계는 고드름 막대기로
꽂혀 있는 겨울 아침에.
세계는 마른 가지로
타오르는 겨울 아침에.
하지만 세상에서
빈 것이 잇을 수 없다.
당신이
서늘한 체념으로
채우지 않으면
신앙의 샘물로 채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나의 창조의 손이
장미를 꽂는다.
로오즈 리스트에서
가장 매혹적인 조세피느 불르느스를.
투명한 유리컵의
중심에.
빈 것으로 정결한 컵.
세계는 고드름 막대기로
꽂혀 있는 겨울 아침에.
세계는 마른 가지로
타오르는 겨울 아침에.
하지만 세상에서
빈 것이 잇을 수 없다.
당신이
서늘한 체념으로
채우지 않으면
신앙의 샘물로 채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나의 창조의 손이
장미를 꽂는다.
로오즈 리스트에서
가장 매혹적인 조세피느 불르느스를.
투명한 유리컵의
중심에.
- 시집 '무순(無順)'(1976)수록.
박목월 후기 시에서 보편적인 경향을 보이는 "현대풍 서정시"의 한 대표작이다.
시인은 "빈컵"에서조차 따뜻한 애정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는데, 이는 원숙한 인격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주제는 따뜻한 세계관의 희열.
1998-1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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