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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김소월

어제도 하룻밤
나그네 집에
까마귀 까악까악 울며 새였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은 있어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 이 시가 뛰어난 것은 그 시어의 구사가 훌륭하다는 데 있다.
    1연의 "가마귀 까악까악 울며새였소"나 3연의 "산으로 올라갈까" "오라는 곳"이나, 끝연의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은 있어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 이렇게 "갈"과 "길"을 섞어서 리듬을 살리고 있다.
  • 공중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를 바라보면서, 자기의 갈 바를 알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1998-09-19 · 조회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