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이광수(춘원)
깎아 세운 듯한 삼방 고개로
누런 소들이 몰리어 오른다.
꾸부러진 두 뿔을 들먹이고
가는 꼬리를 두르면서 간다.
누런 소들이 몰리어 오른다.
꾸부러진 두 뿔을 들먹이고
가는 꼬리를 두르면서 간다.
움머 움머 하고 연해 고개를
뒤로 돌릴 때에 발을 헛 짚어
무릎을 꿇었다가 무거운 몸을
한 걸음 올리곤 또 돌려 움머.
갈모 쓰고 채찍 든 소장사야
산길이 험하여 운다고 마라.
떼어 두고 온 젖먹이 송아지
눈에 아른거려 우는 줄 알라.
삼방 고개 넘어 세포 검불령
길은 끝없이 서울에 닿았네.
사람은 이 길로 다시 올망정
새끼 둔 고산 땅, 소는 못 오네.
안변 고산의 넓은 저 벌은
대대로 네 갈던 옛 터로구나.
멍에에 벗겨진 등의 쓰림은
지고 갈 마지막 값이로구나.
- '춘원 시가집'(1940) 수록.
원시 앞에 "삼방 약수터를 매일 조조(早朝)면 십여 척, 수십 척의 소가 지나간다. 흔히 갈모 쓴 사람들이 소를 몰아 천진봉 고개 절벽으로 올라간다"고 적혀 있다.
춘원이 요양차 석왕사에 머물러 있을 때 얻은 시.
주제는 소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의 정. - 소에 대한 예찬은 춘원의 수필 '우덕송'에도 나타나 있다.
199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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