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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노래

이광수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결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이 있건 오너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조그만 산(山)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벽만한 땅을 가지고
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깊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저 따위 세상에 저 사람처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 '소년' 창간호(1908.11)의 권두시로 발표된 최초의 신체시.
    서구의 자유시 영향을 받아 쓰여진 최초의 신시로서, 우리나라 신시의 역사는 이 작품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재래의 4.4조의 시가 형태에서 벗어나 7.5조를 구사한 작품.
    자유시(주 요한의 '불놀이')가 나타날 때까지 퐈도기적인 구실을 했다.
    문예 사조상 계몽주의, 수사법상 열거법, 과장법, 반복법을 쓰고 있다.
    주제는 소년에의 찬양과 기대. 또는, 새 소년의 원대한 포부와 희망.
  • 이 시는 영국 바이런의 서사시인 '차일드 해럴드의 수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를 현대시라 할 수 없는 이유로 내용적으로 사상성이 강하여 계몽적이란 점과 언어의 조탁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1998-08-12 · 조회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