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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촉도

정지용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1998-04-11 · 조회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