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명시 RIIM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 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1998-04-03 · 조회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