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께서 부르시면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동광' 24호 (1931.8) 수록.
시집 '촛불'의 허두를 장식한 작품이기도 하다. 초기시의 대표작.
199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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