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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룽진 산맥들은 짐승들의 등빠디 피를 뿜듯 치달리어 산등성을 가자. 흐트러진 머리칼은 바람

미상

얼룽진 산맥들은 짐승들의 등빠디
피를 뿜듯 치달리어 산등성을 가자.

흐트러진 머리칼은 바람으로 다스리자.
푸른 빛 이빨로는 아침 해를 물자.

포효는 절규. 포효로는 불을 뿜어,
죽어 잠든 골짝마다 불을 지르자.

가슴을 살이 와서 꽂힐지라도
독을 바른 살이 와서 꽂힐지라도

가슴에는 자라나는 애기해가 하나
나긋나긋 새로 크는 애기해가 한 덩이.

미친 듯 밀려 오는 먼 바다의
울부짖는 파도들에 귀를 씻으며,

떨어지는 해를 위해 한 번은 울자.
다시 솟을 해를 위해 한 번은 울자.

  • [문장]에 박두진을 추천한 정지용은 다음과 같은 말로 격찬하고 있다.
    "박두진 군, 당신의 시를 시우(詩友) 소운(素雲)한테 자랑삼아 보였더니, 소운이 경험하는 산의 시를 포기하노라 합디다. 시를 무서워할 줄 아는 시인을 다시 무서워할 것입니다. 유유히 펴고 앉은 당신의 시의 자세는 매우 편하여 보입니다."

1998-01-01 · 조회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