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미상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산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 시집[청록집](1946) 수록.
일제 말기의 암담한 현실과 구원을 바라는 외로운 심경을 노래했다.
전반부는 서경. 후반부는 서정.
주제는 삶의 쓸쓸함과 고독감. - 작자 자신의 말 - "여기에 붙인 '그대'는,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민족이거나, 여호와거나, 그 모두이거나, 어느 것일 수도 있다. 그 어느것에도 나는 절절할 수가 있었던 때요, 그만큼 내 시에서는 가장 포풀러하고, 서정성이 많고, 감미롭기까지 한 서러움을 지니고 있는 시다."
199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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