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종/ B2C...대형업체 위주 재편중
## 화려한 성장, 쌓이는 적자...손익분기점 쇼핑몰은 3.8%뿐 ##
산업자원부의 집계결과 작년 소매점 형태(B2C)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3조원을 넘었다. 99년에 비해 4.5배가 증가한 것이다. 96년 14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B2C 시장은 놀라운 속도로 커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숫자도 20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 고전하는 B2C 업계= 하지만 화려한 외형적 성장과 달리 인터넷 쇼핑몰의 회계장부는 온통 적자투성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작년에 월별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쇼핑몰이 겨우 3.8%뿐이라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하나인 인터파크는 지난해 매출 245억원의 절반이 넘는 1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 이베이에 팔린 옥션도 1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삼성몰이나 한솔CS클럽 등 대기업 계열 쇼핑몰도 모두 적자다.
전자통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쇼핑몰 업체들은 B2C 활성화의 걸림돌로 높은 카드 수수료(58%)를 꼽았다. 대부분 업체들은 신용카드로 대금 결제를 하며, 쇼핑가격의 2.5~5%를 카드사에 내고 있다. 어린이 영어교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터나루의 양영채 사장은 “카드사가 일반 상점의 2배에 해당하는 4.9%의 수수료를 받아가니 남는 것이 없다”면서 “수수료를 이렇게 많이 받는 곳은 우리 외에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 정도”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은 대한 소비자의 불신(37%)과 프라이버시 및 보안에 대한 노출(37%), 높은 물류비용(33%)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정보센터 조사결과 네티즌들은 쇼핑할 때 느끼는 불만으로 개인정보 유출(20.6%)을 가장 먼저 꼽았다. 또 배달 관련 서비스(12.8)와 상품의 질(12.4%)에도 불만이 많았다.
◆ 대형업체 위주로 시장 재편= B2C 업계의 진입장벽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전자결제와 보안시스템을 갖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만들려면 2억여원이 넘게 들고, 물류망 구축 및 운영에도 수십억원이 들어간다. 이 같은 부담을 견디지 못한 알짜마트 등 상당수 쇼핑몰이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정확하고 빠른 배송시스템을 갖추고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대기업 쇼핑몰이나 브랜드가 널리 알려진 선발 주자 위주로 시장이 정리되는 추세다. 자금 여유가 있는 대형 업체들은 배송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한솔CSN은 상품이 제때 배달되지 않을 때 배송비의 최고 4배까지 물어주는 지정일 배송보상제를 실시중이다. 삼성몰도 완벽한 심야·휴일배송에 초점을 맞춰 영업전략을 세웠다.
전문 쇼핑몰들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실속을 챙기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오프라인 쇼핑몰이나 대기업 계열 사이트와 정면대결을 펼치기는 힘들다고 보고, 전문화에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인터파크는 판매마진을 평균 10%에서 14.2%까지 올렸다. 또 지난해 85억원에 달했던 TV광고 등의 마케팅 비용도 대폭 삭감할 방침이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도 그동안 2~3%이던 경매수수료를 3.5%로 일괄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겉만 번지르르한 쇼핑몰을 차려놓는다고 고객이 찾아오지는 않는다”면서 “수익모델보다 투자자금 확보에 더 신경 쓰는 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백강녕기자 young100@chosun.com)
- 함성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