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가 들려준 냅스터 이야기 (1)
어린왕자가 들려준 냅스터 이야기 (1) 사이버법률 컬럼니스트 법무관: 윤웅기
어느날 저녁 황새가 저녁식사에 여우를 초대했다. 그런데 식사가 나온 걸 보니 여우가 난처하게 되었는데 왜냐하면 맛있는 음식이 목이 가느다란 호리병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었다. 황새는 곧 그 기다란 목과 주둥이를 병속에 집어넣어 맛있게 먹었는데 여우는 겨우 그 호리병 모가지를 핥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박에 없었다. 다음날 여우는 황새를 자기집에 방문해 달라고 초대했다. 여우가 내놓은 것은 얇은 접시에 담긴 따끈한 스프였다. 이 스프를 여우는 순신간에 핥아 먹었는데, 황새는 그 가늘고 긴 주둥이로 단 한입도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황새는 크게 화를 내면서 그 접시를 깨뜨리려 했고 여우는 황새와 다투게 되자 옛친구인 어린왕자를 불러 말려달라고 부탁했다.
[VCR과 P2P]
2001년 벽두에 향후 인터넷 기반구조에 혁명적인 파장을 불러 올 것이라 예상된 P2P(Peer to Peer)기술에 관한 미국 제9항소법원의 판결(냅스터 판결)이 나왔다. 판결의 결과는 사용자의 하드디스크간 MP3파일공유는 냅스터측의 주장과 같이 공정한 사용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이 기술은 원고들의 음악저작권에 대한 침해를 부추킨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진 부분은 과거 VCR기술이 처음 나왔을 때, 냅스터와 비슷한 이유로 저작권소송의 피고가 되었던 SONY사에 대한 판결의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당시 원고측인 방송사업자들은 SONY의 VCR이 불법복제도구라 맹비난을 하면서 이 기계를 자신들의 저작물을 도둑질하는 해적선이라 주장했으나 판결에서 SONY사가 결국 이긴 바 있다.
하지만 금번 미국 제9항소법원 판사들은 다음과 같이 냅스터는 SONY판결에서의 VCR과 다르다고 보았다. VCR의 녹화버튼의 용도는 불법 녹화를 위해 누를 경우도 있겠지만, 저작물의 적법사용자가 자기 편한 시간에 볼려고 녹화를 하는 시간조정(Time Shifting) 기능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적법한 저작물의 공정사용(Fair Use)에 속하므로 VCR기술 자체는 중립적일 수 있다.
그러나 냅스터의 다운로드 버튼은 자기가 돈을 지불한 MP3파일을 자기 편한 때에 보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남의 MP3파일을 돈을 내지 않고 자기 하드디스크로 가져오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에 냅스터 기술은 VCR과 달리 중립적이지 않다고 한다.
냅스터측은 SONY판결을 그렇게 보아선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SONY 판결의 핵심은 '시간조정'이 아니라 VCR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그 기술이 불법용도만이 아니라 적법한 용도로도 사용될 여지가 있다면 보다 큰 차원에서 '관용'해주는 것이라고 강변하였다.
* 어린왕자 : "이 그림은 모자로군' '아니에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인걸요"
[지적소유권과 지적소통권]
냅스터에서 교환되는 MP3파일은 음악저작물이다. 저작물의 본질은 어디에 있나. 그것은 창작자의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종이, CD, 컴퓨터 파일등의 매체를 빌어 다른 이의 머리와 교감을 나누는 것에 있다. 땅이나 집, 돈이나 주식과 같은 소비되어지는 메마른 것이 아니라 가수와 팬의 관계처럼 소통되어지는 촉촉한 것이다.
땅이나 집에 대해서는 법은 소유권을 인정한다. 소유권은 배타적이고 영구적이다. 남의 집에 들어간 순간, 남의 자동차를 가져간 순간 범죄자가 된다. 그리고 한번 김씨꺼면 상속에 의해 김씨 자손으로 계속 영구히 존속된다. 반면 음악, 미술, 게임과 같은 지적 창작물은 공유적이고 제한적 속성을 가진다. 물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것이기에. 따라서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사후 50년이 지나면 권리를 소멸되게 하였고 그안에서도 신문이나 논문, 도서관 등에서 동의없이 사용해도 이를 범죄시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작물을 창조하면 완전히 제작자로부터 떨어져 이를 구매한 소유자에게 전적으로 속하는 단절관계가 아니라 저작물은 첫 탄생부터 타인의 영향속에서 타인의 머리와 대화함으로서 생명을 얻는 소통의 관계에 있다.
그런데 시장자본주의가 발달하자 지적재산권의 소통적 의미는 쇠퇘하고 자본투입/자본이득 구조가 심화되었다. 냅스터 판결문을 보면 원고인 9개 대형음반사들(A&M, GEFFEN, SONY MUSIC, MCA, MOTOWN, CAPITOL 등등)이 보유한 음악파일이 냅스터 안에서 교환되는 전체 파일의 70%가량을 점유한다고 나온다) 즉 소통적 음악저작물이 그를 포장한 껍데기인 앨범, CD과 같이 소유권이 대상으로 상품화해버린 것이다.
- 함성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