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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 좌담] 인터넷혁명의 미래

    신년 좌담] 인터넷혁명의 미래

    "인터넷은 단지 도구일 뿐, 개인·기업·정부 디지털화 급선무" 닷컴기업 몰락은 '껍데기만 닷컴'들의 몰락…환상 버리고 투명성ㆍ창의성 높여야 주간조선은 2001년 새해를 맞아 작년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벤처, 인터넷, 정보통신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관련 업계 최고 전문가들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벤처호의 '대박' 행진, 닷컴기업의 몰락과 부상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한해를 곱씹어보면서 과연 닷컴기업은 존재하는 것인지, 인터넷혁명은 향후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를 전망해보기 위한 자리였다.

    좌담회에는 야후코리아 염진섭(47) 대표이사(사회)와 LG벤처창업투자 김영준(60) 대표이사, 안철수연구소 안철수(39) 대표이사, 아이월드네트워킹 허진호(40) 대표이사가 함께 했다.

    ▲염진섭: 지난 2000년은 벤처의 승승장구와 몰락, 증시 폭등과 침체 등 아주 드라마틱하게 시장이 움직였습니다. 이처럼 급변하는 상황이 인식의 전환을 꾀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벤처업계에 대한 요즘의 차가운 시선에 대해 얘기 해보기로 합시다.

    ▲김영준: 한국 벤처업계의 문제는 ‘뛰어들기만 하면 대박을 터뜨린다’고 생각했던 데 있다고 봅니다. 일종의 패닉(Panic) 현상처럼 사람들이 온통 벤처 투자에 몰렸고 기대감이 큰 만큼 실망과 질책도 그만큼 컸다고 봅니다. 저는 벤처 업체 중 10%밖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만, 다른 사람들도 50% 이상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상황이 되었을 겁니다. 미국에서도 매년 4000곳이 생겨나고 또 4000곳이 퇴출되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염진섭: 2000년 연초에 ‘국내 벤처기업 중 5%만 살아남고 95%는 죽을 것’이라고 해 벤처 거품 논쟁을 불러일으킨 안 박사님 한 말씀 해주시길 바랍니다.

    ▲안철수: 벤처기업에 지분 투자한다는 개념조차 희박했던 2~3년 전에 비하면 훨씬 형편이 나아졌습니다. 투자 마인드가 전 국가적으로 심어졌고 대기업 직원들도 얼마든지 중소기업으로 옮길 수 있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단기적으론 힘겨워 보여도 장기적으론 발전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 오히려 희망을 가져야 할 때인데 너무나들 의기소침해 있습니다.

    ■외국 투자가들 "지금이 한국 투자 기회"

    ▲김영준: 지난 11월 홍콩서 열린 벤처포럼에 갔더니 외국 투자가들은 오히려 지금을 한국 투자의 적기로 보더군요. IMF 직후에 그랬듯이 지금 한국 시장에 투자하지 않으면 IMF 이후인 지난 98년 망설이다가 기회를 잃었던 경험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허진호: 미국 시장도 98년도(145억달러)에 비해 99년(373억달러)의 벤처투자 규모가 세 배 가깝게 뛰었습니다. 이런 비정상이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겁니다. 지금도 지난 2년 동안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투자자금 규모가 줄어든 건 아닙니다. 비정상적에서 정상으로 가는 과도기라고 봅니다.

    ▲염진섭: 시장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요즘도 투자가들은 줄을 서 있습니다. 한데도 막상 인수할 곳은 없다고들 합니다.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벤처들이 나와 줘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벤처라고 하면 다들 인터넷 닷컴, 정보통신, 실리콘 밸리, 대박만 연상하는데 그럼 대체 벤처가 무엇이고, 벤처정신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기로 해봅시다.

    ▲허진호: 벤처에 대한 정의 자체를 없애야 합니다. 벤처에 대해 지원책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벤처가 태어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도로 규정된 벤처들이 등장했고 도덕적 해이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누가 벤처이니 아니니 하는 것보다는 참여자들이 모험가 정신을 갖고 개혁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벤처를 일종의 도박, 투자 개념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벤처는 그냥 기업일 뿐입니다. 펀더멘털을 갖추고 수익을 만드는 게 기본이며, 그게 잘돼 있으면 투자는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안철수:벤처를 너무 아이템 위주로 보거나 투자 수익률로만 바라보는 게 안타깝습니다. 바이오테크나 인터넷을 다룬다고 벤처가 아닙니다. 벤처는 산업구조로 볼 때 기존의 경영 관행을 투명하게 바꿀 수 있는 모티브입니다. 그 모티브를 이용할 시기를 좀 놓친 게 아쉽지만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염진섭:벤처가 갖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재벌식 문어발 확장이라는 부정적인 면에 대한 지적도 나오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영준: 제조업 분야를 봐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려면 엄청나게 투자해야 하지 않습니까. 한데 다들 돈 좀 생기면 관련 다각화, 비관련 다각화 운운하며 기업 개수만 20개, 30개씩 늘려 갑니다. 미국에서 처음 나온 ‘에코넷(Econet)’이란 개념도 우리의 일부 벤처인이 비관련 사업의 다각화를 합리화하려고 들여온 개념이 아닌가 싶습니다.

    ▲염진섭: 저는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걸 제대로 하는 것’이 벤처라고 봅니다. 재벌이나 정부가 지지부진하게 잘못하고 있는 걸 고쳐서 잘하는 것 말입니다. 정보통신이나 바이오만이 벤처가 아니라 목욕탕도 벤처가 될 수 있습니다. 기본 인프라나 사회 의식 구조는 발전했는데 시스템 면에서 벤처 지원이 잘 안된다면 사후 관리가 안되는 농어촌 지원 육성책과 다를 게 없습니다.

    ▲김영준: 홍콩 신문에서 한국 경제를 죽은 귀신이 걸어 다닌다면서 ‘강시 경제’라고 비유하더군요. 벤처에 대해 내년에도 1조원 지원 얘기가 나오던데 정부는 민간 부문의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도와주고 뒤로 빠져야 합니다. 그래서 죽을 업체는 죽고, 살아날 업체는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벤처업체 수가 1만개이니 뭐니 하는데 무슨 붕어빵 찍어내는 겁니까.

    ▲염진섭:정부가 나서서 돈을 시장에 푸는 건 지양해야 하지만 그래도 정부가 해야 할 몫이 참 많다고 봅니다.

    ▲안철수: 한 정부 관계자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산 중턱에 좋은 자리 있으면 청소부 고용해 청소하고, 경찰관 동원해 조폭이 들끓지 않게끔 하면서 터를 닦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한데 지금의 정부는 좋은 터에 가게가 들어설 수 있도록 직접 나서서 돈 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정부가 할 일은 도로나 장터를 닦는 인프라 구축이고, 조폭이 들끓지 않게끔 투명한 경영제도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허진호: 규제 완화, 주식 액면가제도 등 정부가 기여한 부분도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보면 정치 논리에 의해 왜곡되는 것도 같습니다. 정부가 직접 돈을 집어넣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논리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모럴 해저드 기준을 세우고 이를 어겼을 때 가차없이 혼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입니다.

    ■죽을 업체는 죽고 살 업체는 살 수 있어야

    ▲김영준:잘못을 저지르면 일벌백계해서 퇴출해야 하는데, 현재는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못하게끔 하는 제도 한 개를 또 양산하는 꼴입니다. 규제 완화에서 다시 규제 강화 쪽으로 움직이는 형국이지요.

    ▲허진호:그러니까 이미 돈 벌 사람은 벌고 난 다음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규제에 걸리는 모양새입니다. 정부 쪽의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 일하는 풍토가 됐으면 하는 게 큰 바람입니다. 미국서도 공무원을 시빌 서번트(Civil Servant)라고 하는 이유를 곱씹어본다면 10년 후, 20년 후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염진섭: 인터넷 업계 종사자들 못지않게 정부가 해야 할 몫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 닷컴기업에 대한 얘기를 나눠볼까요? 사실 닷컴기업 시대라고는 하면서 막상 수익 모델을 내지 못해 몸살을 앓는 곳들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과연 닷컴기업은 존재하는 것이냐는 논란이 일기도 합니다.

    ▲안철수: 저희 쪽(안철수연구소)을 말씀드리면 올해 인터넷 관련 사업 분야를 새로 만들어 회사 전체에 큰 이익을 가져왔습니다. 비용이 줄고 매출이 늘어나면서 투자 대비 큰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보안 쇼핑몰 쪽에서도 매주 추가 매출이 몇천만원씩 생겨났고, 기존 시장 조직에서 하지 못했던 영역을 넓히는 효과도 보았습니다.

    너도나도 닷컴기업의 위기를 말하는데, 다들 그런 것이 아닙니다.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발전하는 닷컴기업도 많은데 닷컴기업이 모두 쓰러질 것처럼 위기 의식을 과장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모든 기업이 e 비즈니스화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기업환경이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김영준: 인터넷은 이제 하나의 대세입니다. 1차, 2차 산업혁명처럼 하나의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온라인 기업이든 오프라인 기업이든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버블이 많이 끼었다고는 하지만, 인터넷 기업의 미래 성장 가치는 어느 정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도 인터넷 기업의 미래 성장 가치를 PER(주가 수익비율)로 쳐서 한창 때는 8배로, 현재는 2~3배 수준을 쳐 줍니다. 그만큼 인터넷 기업은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염진섭:인터넷이 대세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존 굴뚝산업 쪽의 회사들 사이에선 어떻게 온라인으로 튜닝시켜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영준:처음엔 ‘오프라인에 있던 사람은 온라인은 못한다’ 이렇게만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란 게 쉽지는 않죠. 1년 전만 해도 ‘아마존이 반즈앤노블을 잡아먹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는데, 이제는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기존 오프라인의 거대 서점 반즈앤노블과 같은 창고나 배급망을 제대로 구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반대로 반즈앤노블이 아마존과 같이 e 비즈니스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관심사항입니다. 서로 상대방의 강점이자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는 기업이 이긴다는 말이지요. 그 이야기는 오프라인 기업이 온 라인으로 패러다임 쉬프트를 제대로 하면 살아남아 경쟁에서 이긴다는 이야기입니다. 허진호:온라인 기업, 오프라인 기업을 이분법으로 나눌 게 아닙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들어오면서 야후(Yahoo), 프라이스라인(Priceline) 같은 기업이 생겨난 것일 뿐인데,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기존 틀에 머물지 않고 자기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의 룰을 새로 만들어 간다는 게 핵심입니다. 반즈앤노블이란 거대 서점을 하루 아침에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아마존은 인터넷을 이용해 새로운 게임의 룰을 도입한 것이고, 반즈앤노블이 아마존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 것은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염진섭:닷컴에 대한 환상을 사회 전체가 부추긴 면도 잘못됐습니다. 언론은 처음엔 ‘오호~ 닷컴’ 일색으로 보도하다가 언제부터는 ‘아하~ 닷컴’이란 식으로 바꾸었습니다. 테헤란밸리의 벤처업체들이 전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에 지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닷컴기업은 없다고 봅니다. 아마존은 인터넷에 사업을 접목시켰을 뿐 인터넷업체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B2B(기업간 상거래), B2G(기업ㆍ정부간 상거래) 같은 트렌드가 아니라 정보통신 기술 및 문화의 변화입니다. 그런 면에서 2001년의 화두는 ‘진정한 디지털 기업화’가 돼야 합니다. 사용자와 문화가 바뀌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안철수: 자산 이나 매출 규모로 등수를 가리다보니 외형만 부풀리기 경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핵심은 내재 가치와 성장률입니다. 기업은 주당 영업이익이나 성장률 같은 요소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코스닥에 등록했다고 해서 더 이상 ‘떼돈을 벌었다’거나 ‘돈방석에 앉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염진섭: 인터넷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인터넷을 비즈니스의 도구나 정보통신 기술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사실 문화 쪽으로 더 큰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화가 이뤄지고 다양한 문화 통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툴(Tool)임은 분명합니다.

    ▲허진호:저는 엔지니어링 교육을 받아서인지 인터넷을 전기ㆍ수도ㆍ도로 같은 유틸리티(Utilityㆍ공익시설) 개념으로 보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틸리티라고 보면 앞으로는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지금 자기 회사에 전력이 연결되어 있다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고 하는 데는 아무데도 없듯이 말입니다.

    ▲염진섭:법원에 가서 강연할 때면 ‘법 제도도 인터넷 때문에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원래 법이라는 게 생활 변화에 따라 만들어지게 마련인데, 인터넷이 우리 생활을 너무 급변시키고 있어 이를 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특정 업체가 시스템을 깔아주는 ‘무엇’이거나 정보통신부나 산업자원부만의 밥그릇 싸움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인터넷은 기술 아닌 일상사의 혁명

    ▲안철수:초등학교 동창회 사이트를 통해 친구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니, 인터넷은 라이프 스타일은 물론 인간 운명까지 바꾸고 있지 않습니까.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사의 혁명입니다.

    ▲염진섭: 인터넷이 대세인 것이 확실하다면 과연 디지털 기업은 무엇이고 이들 기업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허진호: 10년 후, 20년 후를 예측한다는 것은 그 흐름 안에 있을 때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할 때에 이렇게 해야 한다’는 ‘모범 답안’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하기 위해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김영준: 한데도 요즘 보면 어떤 트렌드가 ‘뜬다’ 싶으면 모범 답안인 양 우르르 몰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바이오테크가 유행한다고 해도 막상 들어가보면 총 벤처투자의 5% 수준에 지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허진호: 협소한 의미로서의 트렌드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렇게 떠들던 B2C 이야기도 99년 중반 이후 없어져 갔고 2000년 들어선 B2B도 지났다면서 무선광통신 네트워크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젠 그쪽도 과잉 투자됐다면서 P2P(peer to peerㆍ무서버 접속기술) 같은 트렌드가 점쳐집니다. 하지만 이건 정보통신, 디지털이라는 큰 틀 속의 작은 변화일 뿐입니다.

    ▲염진섭: 제 개인적으론 디지털 기업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CEO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굴뚝 기업은 없다. 무능한 CEO가 굴뚝을 만들 뿐’이라고 어디 글에 쓴 적이 있습니다만 트렌드를 따라잡고 증명된 기술을 갖고와 구조조정하고 시대에 부응하는 e 비즈니스 쪽으로 끌고 나가는 힘이 중요합니다. CEO는 ‘시스코 모델을 따라야 한다’든지, ‘무조건 전자상거래로 가야 한다’식의 흑백 논리로 접근하기보다는 기술을 파악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안철수: 기업이 가진 무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프로세스 중심으로 정리하고 제도화하는 훈련이 잘 안돼 있기 때문인지 어려움이 많습니다. 콘텐츠를 재생산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한 사람이 빠지면 업무 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물론 주위의 하부구조까지 변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그걸 뚫고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김영준: 4년 6개월 전에 현재 LG벤처투자를 만들면서 미래를 예측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힘은 CEO에게 달려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래에서 부르짖어 변화를 일으키는 데엔 한계가 있습니다.

    ▲허진호: CEO라면 노트북으로 이메일 접속해서 이메일을 보내고, 아마존에 들어가 쇼핑도 해보고, 무선 인터넷으로 인터넷 다운로드도 해보고, 직접 바이러스도 퇴치해봐야 합니다. 기본적인 것들부터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메일 내용을 비서가 프린트한 것으로 읽어보는 식으론 곤란합니다.

    ▲염진섭: 기존의 굴뚝업체들이 ‘닷컴기업의 몰락’을 고소하게 보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닷컴의 몰락은 인터넷의 몰락이 아닙니다. ‘껍데기 닷컴기업’의 몰락입니다. 무너진 닷컴기업의 장ㆍ단점을 벤치마킹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그러면 그렇지’ 하는 식으로 봐서야 되겠습니까.

    ▲염진섭: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 인터넷산업의 현재를 통해 미래를 짚어봤으면 합니다. 지난 2000년도 내내 ‘한국=인터넷 강국’이라고들 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뿌리는 적고 잎만 많은 한국 인터넷

    ▲안철수: 의과대학 다닐 시절 제가 공부하는 분야에 국내에선 고작 10명 정도가 있었던 반면 일본에 가보니 1000여명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업계로 나와 보니 소위 ‘뜬다’고 하는 곳으로만 사람들이 몰려 어느 누구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더군요. 트렌드를 너무 따라가는 게 전반적으로 우리 산업구조의 경쟁력을 낮추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기초 기술을 강화시키지 않고선 장기적으로 승산이 없습니다.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인터넷 수준이 훨씬 낫다고들 하지만 실제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본의 인터넷산업은 나무로 따지면 뿌리는 깊은데 줄기와 잎이 얼마 없을 뿐이고, 한국의 인터넷산업은 양파처럼 뿌리는 몇가닥 안되지만 윗부분만 기형적으로 커진 것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허진호: 인터넷을 B2C, 그것도 소위 일부분에 국한된다고 보면 그럴 수 있겠습니다만 한번도 우리가 일본을 앞선 적이 없습니다. 성장 가능성이나 통신 인프라 시설, 규제 완화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염진섭 : 저는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해서 비애국자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만, 수출을 20년간 해본 경험상으로 ‘제조업의 강국’을 한 순간에 앞지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사회라는 게 1999년도까진 없다가 2000년 들어 갑자기 어디서 불쑥 생겨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산업사회와 인터넷사회가 별개가 아닌 것처럼 기초기술과 매니지먼트 등에 있어 잘못된 체질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김영준: 저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 일본은 시스템은 훌륭한데도 운용이 제대로 안되는 면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이 인터넷 분야에서 일본보다 앞섰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우리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현재 미국이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서서 자리를 지킨 것은 소프트웨어 분야를 비롯한 전반적인 교육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교육이 제대로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일본은 앞지를 수 있을 겁니다.

    ▲안철수:우리나라에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고 자만하지 말아야 합니다.

    ▲염진섭: 지금 당장은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없을 것 같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고 봅니다. 제대로 된 벤처 강국이 되기 위해 바꿔야 할 문제점을 찾고, 외국의 장점 등을 아웃소싱한다면 ‘말로만’이 아닌 진정한 벤처 강국, 인터넷시대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겁니다.

    (정리=황성혜 주간부기자: coby0729@chosun.com)

    2001.1.4 /1635호

    - 함성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