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가 석자인데…
어느 때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그 동안 우리는 시간이 가고 해가 바뀌어갈수록 보다 나은 풍요한 삶을 구가해왔으므로 삶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도, 준비도 없었기에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까마득한 옛일처럼 잊어버렸던 추위, 굶주림 등이 이제는 너무나 자주 듣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새해에는 긴 터널 끝이 보인다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변수들이 내외적으로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려 조그마한 일에도 위축되고 예민한 상태일 수 있다. 내 코가 석자라는 생각 가운데 캠퍼스복음화, 민족복음화, 세계복음화에 대한 비전과 열정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될 것은, 주님의 지상명령이 주어진 이래 복음이 힘있게 증거되었던 시기는 평화와 풍요의 때보다 환난과 어려운 때가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평생순장의 본을 보여주었던 바울, 그 역시 힘에 겨운 많은 시련과 난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평생 고질병과 씨름하고 있었으며, 그의 설교는 힘이 없다고 비난받았다. 그는 또한 가르칠 자격이 없는 사이비 사역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수고를 넘치도록 하였는데도 그에게 주어지는 것은 추위와 굶주림, 차가운 감옥뿐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낙심케 했던 것은 그의 수고를 헛되게 하려는 거짓 교사들의 이간질 가운데 순원들이 그를 거부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차가운 감옥에 갇힌 그의 고백은 달랐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아무 일에든지 부끄럽지 아니하고 오직 전과 같이 이제도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히 되게 하려 하나니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니라”(빌 1:20∼21)
뿐만 아니라 나이 들어 감옥에 갇혀서도 갇힌 중에 낳은 아들 오네시모를 위하여 간구하는 평생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그를 부르신 분에 대해, 그에게 주어진 사명에 대해 알고 있는 자였기에 삶과 사역에서 부딪히는 모든 어려움을 상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에게도 때로 육체가 편치 못하고 사방으로 환난을 당하여 밖으로는 다툼이요, 안으로는 두려움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만나게 되는 더 크신 하나님으로 인하여 “기록된 바 우리가 종일 주님을 위하여 죽임을 당케 되며 도살할 양 같이 여김을 받았나이다 함과 같으니라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롬 8:36∼37)라는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동일한 분으로부터 동일한 부름을 받고 있는 오늘 우리들도 우리의 형편과 처지가 어떠하든지 위축되지 말고 믿음 안에서 일어나 주춤했던 걸음을 다시 힘있게 함으로 바울처럼 위대한 순장의 삶을 사는 1999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최호영 대학생선교회 간사/ 목사, 합동신학대학원 졸업, 대학생선교회 대구·경북지구 대표
- 최호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