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친자식보다 낫다"
“할머니, 잘 계셨습니꺼?”
“오냐! 이제 왔나, 얼마나 기다렸는줄 아나?”
“그래예, 그런 줄 알고 오늘은 특별히 할머니 좋아하는 물김치하고예, 고등어조림을 맛있게 만들어 왔어예.”
나에게 목요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나의 손길을 바라며 홀로 기다리는 분을 찾아가 손과 발이 되어 반나절을 보내는 시간은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할머니, 저번 주에 지가 오늘 머리를 감겨드린다고 했지예? 물 뜨뜻하게 데워서 살살 머리 감겨 드릴께예.”
“아이고, 고맙데이. 이렇게 신세를 져서 어짜노…. 니가 친자식보다 훨씬 낫다. 자식 있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기라.”
할머니는 5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왼쪽 상하반신 장애로 거동을 못한 채 홀로 방 안에서만 생활해오시는, 나이 일흔이 넘은 분이다. 엎드린 채 기어서 혼자의 힘으로 식사를 겨우 해먹을 수 있지만, 노령의 나이에 불편한 몸으로 생활을 감당하기에는 무척이나 힘들다.
아들이 버젓이 살아 있지만 소식이 끊긴 지 오래다. 아들에 관해 물어보면 얼굴색이 변한 채 입을 다무시기에 나름대로 깊은 상처가 있는 것 같아 더 이상 여쭈어보지 않았다.
반찬을 만들어 갖다 드리면 맛있게 드시고, 얘기를 들어주면 좋아하신다. 거기에다 목욕을 시켜드리고 머리를 감겨드리면 얼굴이 환하게 핀다. 어떤 때는 같이 두 손 모아 할머니를 위해 기도드리면 눈시울을 삼키다가 우시는데…, 처음에는 낯설어 하시더니 이제는 기도와 말씀 읽어드리는 것을 귀담아 들으신다.
김해시 모퉁이에 있는 구산사회복지관에 찾아간 작은 용기가 계기가 되어 봉사를 해온 지가 벌써 4년 남짓 된다. 하나님 앞에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과 같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의 실천은 할머니를 계속 찾아뵙게 한다.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십자가의 사랑과 같이 희생과 인내심 없이는 닮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이제서야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 김외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