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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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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를 위하여...

    아래층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그녀를 생각하면 잘해주지 못하여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그녀의 취향을 몰라 쩔쩔맬 때가 있다. 모처럼 서울에 갔다가 평화시장에서 그녀의 옷을 사려 보니 어느 것이 맞는지 몰라서 집으로 전화하니 66싸이즈라 하면서 아직 그것도 모르고 있었느냐는 호통을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간혹 밖에서 외식을 하여야 하는데 막상 식당을 선택하려니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종내 맞출 수 없다. 물론 한식을 좋아하고 생선회를 먹고 싶어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겨둔 것은 불과 몇 해되지 않는다.

    그녀를 만나지 몇 번 되지 못하여 미처 서로를 잘 알지 못한 가운데 신혼살림을 차렸기에 매사에 부딪친 일이 손가락으로도 세기가 부족하여 때로는 발가락을 보태어 세어 볼까 하는 우스개 소리로 위기를 넘긴 때도 있다. 위기가 있은 후 화해를 하려는데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다짐하듯 물어보면 그녀는 마지못하여 개코같은 소리하지 말라며 마음을 푼다. 그후로 그 말이 우리 암호가 되였다.

    하루는 그녀와 장보러 갔다가 장내에 먼저 들어가라 하고서는 주차 후에 따라 들어갔으나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특징을 생각하고 찾으려 하다가 그제야 그녀 어떤 옷을 입었는지 눈여겨보지 않았음을 생각난다. 아차! 하는 가벼운 탄식이 나오지만 이미 시야를 떠나 아침의 기억은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할 수 없이 손수레를 끌고 그래도 장내 어딘가 있을 그녀를 열심히 생각하고 두리번거리다가 바로 옆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 그래 저 옷이였지 하면서 자신이 그녀가 아침에 입은 옷을 보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한다.

    어찌 그 일뿐인가? 여러 일들을 한번에 보아야 할 때에는 그녀가 부탁한 것과 내가 할 일들을 반드시 메모를 하고 수첩에, 車안에 두고 다니지만 그것도 깜박하고는 미처 보지 못한 일들을 보면서 후회할 경우도 있다. 하기야 그녀는 나보다 더 많이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그녀는 늘 나에게 당신은 세상 물정을 몰라 탈이라고 핀잔을 자주 한다. 그 이유는 여자 옷 매장에 가격을 보고는 비싸다고 하였더니 그녀가 웃으면서 어떻게 마지막 숫자 동그라미 하나를 빼고도 비싸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삼십만원이 아니라 삼백만원이라는 가격표였으니 말이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이십 년이 지났으나 나를 도우려는 목적으로 간호학을 공부하겠다고 남들은 아이들만 키워야 할 서른 아홉이라는 늦은 나이에 성산읍 난산리에서 제주시 노형동까지 3년 동안 매일 왕복 120KM를 별을 보고 나가 별을 보고 들어오곤 하였다. 하루는 유치원을 다니던 아들이 미처 눈뜨기 전에 학교에 가려면 어느 새 눈을 뜨고는 오늘은 나하고 놀아주면 안되겠느냐고 눈물지으면 무거운 마음으로 아들을 달래가면서 갈라놓기도 하였다.

    첫 수업 시간에 늦어서 미처 아침을 먹지 못하면 그녀보다 나이 어린 교수에게 핀잔 듣는 것이 싫어서 車안에서 밥을 먹으면서 전문대학을 다녀 늦깍이 졸업을 하였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머리카락이 겉에서 보면 아직 까맣게 보이지만 빗질을 하며 머리카락을 넘길 때에는 숨어있는 대단히 많은 하얀 머리카락이 밖으로 보이면서 고생한 흔적을 보인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겉으로는 남들이 10년 정도 아래로 본다. 그것 때문에 간혹 내가 남들에게 복 받은 사람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하지만 말이다.

    13년 동안 함께 하면서 그녀가 나에게 불평이 없지 않겠으나 우스개소리로 그녀에게 우리 결혼 약속에 50세까지는 당신을 고생시킨다고 하지 않았으냐 하면서 아직도 6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니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며 그녀의 투정을 무시하기도 한다. 나는 그녀를 여전히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내가 아파서 쩔 쩔대면 곁에서 눈물을 흘리며 어디가 아프냐고, 무엇이 필요한가하며 안마와 간병을 지성으로 하지만 나는 그녀가 아프면 밖에 일이 있다는 핑계로 집을 비운다.

    새벽 시간, 이층 書庫에서 내려와 예배당에 새벽기도에 가면서 그녀를 깨우려고 아래층 불을 켜면서 피곤하여 곤하게 잠든 그녀를 생각하며 오늘은 그냥 재울까 할 때가 많다. 지금까지 참으며 사랑하며 함께 살아 온 그녀에게 푸쉬킨의 詩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슬퍼하지 말라"를 들려주고 싶다.

    -고 봉 환:,제주옥토교회 목사-

    - 고봉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