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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의 배꼽
눈이 내리고, 눈을 밟으며 너와 나는 말없이 걸어간다
눈이 나뭇가지에 쌓이면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으으으 아악 으으 아아악 선한 눈들이 눌리고 눌리어 내는 우주의 배꼽 소리 같았다 그렇다, 우리는 우주의 배꼽 IMF쯤, 너와 나는 침묵으로 걸으며 말없이 수술실의 모습을 연상한다
얼어붙은 바닥을 쓸어 내며 너와 나는 말없이 바라본다 모진 바람을 이기며 잡초 같은 손은, 따뜻하기만 하다 그렇다, 우리는 너무 수선을 피웠다 1+1은 2이지 3이 될 수는 없었다 비전을 바르게 알지 못하여 착실히 걸어가는 너와 나에게 검은 그림자만 던지었구나
말없이 걸어가는 우리들,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그래도 힘찬 목소리 믿음이 잡히는구나 너와 나 사이에는 믿음의 길이 열려 있구나 이탄(李炭)님은 196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지금 까지 시집 「반쪽의 님」 등 열 권을 간행하였다. 현재 한국외국어대 교수, 한국기독교문인 협회 회장, 계간 「믿음의 문학」 주간을 맡고 있다.
- 이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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