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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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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상자

    서부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전설 중에 "하늘의 선녀"라는 이야기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암소가 짜놓은 젖의 양이 밤새 줄어드는 것이 여러 날 계속되자 청녀하나가 밤을 세워 젖을 지켜보게 되었다.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데 기막히게 아름다운 여인이 달빛을 타고 땅으로 내려와 우유를 부어서 그릇에 담아서는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다음날 덧을 설치해 여인을 붙잡은 청년은 누구냐고 물었다. 여인은 자신이 하늘의 선녀로 하늘부족의 음식이 없어서 밤마다 우유를 가져간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를 놓아주면 청년의 요구를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고 했다. 청년은 결혼을 요구하고 선녀는 사흘 후에 돌아와 결혼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돌아갔다. 사흘 후에 내려온 여인은 "당신의 아내가 되어 당신을 행복하게 해드리겠어요. 그러나 단 한가지 제가 가지고 온 이 상자 속을 절대로 들여다 보아서는 안됩니다."라고 하였다. 청년은 살아갈수록 호기심이 발동하여 드디어 하루는 몰래 상자를 열어보았더니 상자는 텅 비어 있었다. 집에 돌아온 여인은 자신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남편에게 "상자를 열어보셨군요. 더 이상은 당신과는 살수가 없게 되었어요."라고 했다. 청년은 "아니, 도대체 왜? 빈 상자를 좀 보았기로 뭐가 그리 잘못이란 말이요?"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여인이 대답했다. "당신이 상자를 열었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 아니랍니다. 언젠가는 열어보시리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당신을 떠나는 이유는 당신이 그것을 빈 상자라고 하셨기 때문이에요. 그 상자에는 나의 가장 소중한 하늘이 담겨 있었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늘 일깨워주었어요. 그런데 당신에게는 그것이 공백에 불과한데 어찌 내가 당신의 아내가 되겠어요?" 서로의 소중함을 지켜줄 수 있을 때, 나의 가치로 남의 것을 평가절하지 않을 때 우리는 하나입니다.

    - 이학권 목사 (뉴욕 새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