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마음
밤이면 물이 얼 것같이 차가워진 어느 늦가을, 남루한 차림의 선비 하나가 하인 한명과 주막을 찾아 들었습니다. 긴 여로에 지친 듯 밥상을 물리기가 바쁘게 선비는 곤하게 첫 잠이 들었습니다.
"충청수사 행차요!" 갑자기 주막 안은 이 소리를 기점으로 소란해졌습니다. 충청수사가 이 주막에 묵어 갈테니 제일 좋은 방을 내 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리, 그 방에는 이미 손님이 와 계시니 다른 방으로..." 주막 주인의 안타까운 호소에 호위관리는 얼굴을 붉히며 "무엄하구나 어서 썩 그 방을 비우도록 해라!" 호통을 쳤습니다.
결국 선비의 방엔 충청수사가 들었고 나머지 방들 역시 수행관리들이 차지해 쫓겨난 선비는 일꾼들 틈에 섞여 춥고 힘든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른 아침 조반도 들지 못하고 떠나는 선비의 얼굴엔 한점의 노여움도 섭섭함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 선비가 바로 효종임금의 부름을 받고 이조판서에 부임하기 위해 한양으로 올라가던 우암 송시열이었습니다.
큰 마음이 그리운 때입니다. 큰 마음은 돈드는 것도 자격증이 있어야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돈도 자격증도 줄 수 없는 것을 큰 마음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사라진 뒤에도 갈수록 짙어지는 향기 그것이 큰 마음의 향기입니다.
- 이학권 목사 (뉴욕 새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