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해! 정말 속상해!
지하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사진 필름 하나를 발견했다. 언제 찍은 것 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궁금함을 참지 못해서 1Hour Photo Shop으로 달려가서 바로 현상해 보았다. 고등학교때 Senior Trip(졸업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한장 한장 속에는 철없던 시절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히 담겨있었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게임을 하며 벌칙으로 옷을 하나씩 벗는 모습, 잠자는 친구의 얼굴에 몰래 크림을 바르는 모습, 말을 타고 무서워서 안절부절 하는 금발의 여학생 모습, 인솔하던 선생님을 호수에 던져 넣고 깔깔대며 뒹구는 모습… 모든 일이 부모님들이 항상 말씀하시듯 얻그제일 같은데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다. 그리움에 뭉클해 오는 가슴을 달랠길이 없어 그날밤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밤새 잠을 설치고야 말았다.
매년 봄이 돌아오면 뉴욕시내 거리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 있다. 겨울 내내 내린 눈을 치우는 동안 깨지고 파진 도로를 보수하는 작업이 연례행사처럼 치루어진다. 도로에 생긴 팟홀(구멍) 하나를 막는데 드는 평균 비용이 약 40달러 라고 한다. 수없이 많은 팟홀을 막는데 필요한 뉴욕시의 예산이 어마어마 하다고 한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우리들 마음의 팟홀을 단번에 메꾸시고 새것처럼 치료하셨다. 지난 학창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현재 나의 모습은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성숙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메말라 있음에 놀라움과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성인들의 회고록을 읽으며 그들의 삶을 본 받으려고 무척 노력도 했고, 안믿는 친구들을 위해 아침 저녁으로 눈물로 기도도 했고, 경건의 시간을 통해 주님과 나만이 만나는 시간을 하루 중 가장 귀한 시간으로 정해 놓았었다.
컴퓨터와 디지털 정보, 아름다운 시 한구절 보다는 신기술을 소개하는 신문기사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요즘 생활이 오늘 나를 책상 밑으로라도 숨어버리고 싶은 부끄러움을 갖게한다. 이 속상한 마음도 예수님은 치료를 하신다는 그 말씀에 의지하는 수 밖엔 다른길이 없을것 같다.
-박광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