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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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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들 볶아 천재 만들기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 못난놈이 되어 부인과 자식 자랑좀 해야겠다.
    나의 아내는 선생님이다. 미국에서 흔히 여자가 선생님 이라고 하면 "어느 국민학교에서 가르치죠?"하고 쉽게 묻는다. 미국 사람도 그렇고 한국 사람도 그렇고 나의 대답에 조금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짖는다. 왜냐하면 아내는 대학교에서 미국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지금은 딸아이와 입씨름하며 집에서 그야말로 집사람 노릇만 하고있다. 아이의 교육과 정서 생활에 엄마가 함께 있어야만 하겠다는 결론에서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다.
    세살이 조금 넘은 딸이 하나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영어를 배워서 그런지 한살이 조금 넘은 때에 ABC를 정복(?)하더니 언젠가 부터는 가르치지도 않은 단어들을 쓰기 시작했다. Book을 써보라고 하니 BOOK이라고 쓰고, Dog을 써보라고 하니 DOG이라고 쓰고, Cat을 써보라고 하니 KAT이라고 또박또박 쓰는 것을 보고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Cat을 Kat이라고 쓰는것을 보니 알파벳의 소리를 어떻게 깨우친 것이었다. 나의 두려움은 아이에 대한 책임을 내가 과연 질 수 있을까 하는 어리석음에서 시작된 두려움 이었다.

    아는 분 중에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의사로 생활을 하며 세 자녀을 모두 13살, 14살에 하바드 대학에 입학시켜 20살 전에 박사학위를 받도록 자녀 교육을 시키신 한국분이 있다. 의학박사 이며 정신과 박사인 그분이 자녀 교육에 가장 중요한 것은 Emotional Food을 잘 제공하는 것 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사회에 전혀 나타나지 않은 그분이 어떤 사람의 강요(?)에 못이겨서 한국 부모님들을 상대로 세미나를 한번 했다고 한다. 세미나 후 부모님들의 질문에 너무 충격을 받아 그 후 다시는 그런 세미나를 안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질문의 내용이 한결같이 그런 교육을 받으려면 어느학교를 보내야 하고, 돈은 얼마나 들며, 정말 지금부터 공부 시키면 그렇게 일찍 하바드에 입학할 수 있느냐 등 자녀의 입장을 상담하기 보다는 부모의 욕심을 채우려는 목적의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외국 사람이 잘못 오해 하면 한국의 교육에 굉장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민 온 한국 부모님들 대부분의 이유가 '자녀교육'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남미 또는 유럽 등지에서 이민 온 사람들의 목적은 자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안정된 삶을 살고 싶어서 등 순수하고 솔직한 대답을 많이 듣는다. 정말 자녀교육을 위해서 이민을 왔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그냥 놔두고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집을 비워둘 수 있을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부모는 바빠서 아이에게 신경을 못쓰니 학원엘 보내고 가정교사를 써서 교육을 시킨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신적인 만족(Emotional Food)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모든 직장을 갖고, 사업을 하는 부모들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슬프게도 그런 부모들이 더 많다는 얘기다.

    집사람은 가르치는 것이 천직인듯 싶다. 딸아이와 노는것도, 장난감을 사는것도 모두 가르치고 배우는것에 연관을 둔다. 옆에서 보기에 너무하다 싶으면 아이를 안고서 아이스크림 가게도 가고, 흙장난을 해보기도하고, 방문을 걸어잠그고 한참동안 만화영화를 보기도 한다. 몇 달 전 친구목사 가정에 첫 아이가 탄생했다. 그 친구에게 경고 내지는 충고로 이제부터 고생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심각하게 생각을 하더니 하는말이 주신분이 하나님 이신데 하나님이 책임지시지 않겠냐고 목사다운(?)말을 해서 나를 감동시킨 적이 있다.

    그렇게 일찍 하바드(아무 대학)에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 우리 부부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아이가 만족하고 원한다면 다시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지만….) 내 욕심은 국민학교 입학 전에 미주 전국을 함께 돌아보고 싶다. 가슴속에 창조주가 만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심고 있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헛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얼만큼 빨리 많은 것을 배우도록 하기 보다는 배운다는 것 자체의 기쁨을 가르치고 싶다.

    들들 볶아서 만든 천재는 천재라고 말할 수 없다. 매마르고 순수한 감정 전달이 부족한 이 시대에 '21세기 인터넷 선교원'이 2세들에게 Emotional Food을 제공할 수 있는 홈페이지로 성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박광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