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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대의 절규(絶叫), 가을 침묵(沈默)"

    -낙옆 속에 감추인 생명 언어-

    가을 석양 노을진 들녘을 지나며 바람에 운무(雲舞) 하는 갈대 숲을 본다.

    갈대는 보기에 따라 쓸쓸한 추억과 포근한 행복 속에 잠기게 한다. 갈대를 보면서 느껴오는 느낌은 보는 대로 흔들리는 만감이 교차되는 출렁이는 물결과 흐르는 물과 같다.

    나는 갈대를 볼 때마다 철모른 아이가 된다. 황금물결 들녁 가을 방천에 소먹이는 소년이 된다. 논두렁 사이를 흐르는 맑은 실개천에서 미꾸라지를 잡다 꿈을 깬다. 갈대와 나, 갈대와 인생이 어떤 말없는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뉴져지 턴파이크 스포츠 컴플렉스 옆을 지날 때마다 끝없이 출렁이는 갈대 들판, 웨스트 포인트로 이어지는 베어마운틴을 오고갈 때 흐느러진 갈대의 도열은 사열대를 지나는 군장성의 당당함을 느끼게도 해준다.

    갈대는 민물 갈대, 갯물 갈대로 산에도 들에도 바다 갯펄에도 있다. 만주에도 미국에도 한국에도 4천여년 에집트에도 있다. 어디에 있는 갈대든 갈대는 무리를 이룰 줄 아는 공동체의 숲을 이룬다. 하나의 갈대만 우뚝선 갈대는 없다.

    갈대는 흙의 산화부식을 중화시켜 주고, 뿌리털이 많아 물에 씻겨 가는 흙을 붙잡아 준다. 특히 시궁창이 되어 버린 곳에서 오히려 강하게 자란다. 그 오염을 씻어주고 덮어주는 고마운 풀꽃이다.

    갈대 숲만 보면 가슴이 울렁이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40년대 유년의 해방을 만주벌판 갈대 숲에서 맞았고, 갈대 숲과 낙조가 어우러진 수려한 순천 해협에서 6.25를 통과했다. 내 깊은 의식의 심층 속에 갈대 숲에서 자란 고향이 있는 것 같다. 갈대처럼 억새처럼 자라라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 첫돌에 갈대꽃으로 온 집안을 꾸며 주었던 일도 생각도 난다.

    쉐익스피어는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했고, 파스칼은 그의 팡세에서, "인간은 자연 중에서 가장 연약한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어 "나는 생각 없는 사람이란 상상할 수 없다. 그러한 자는 돌이거나 짐승에 불과할 것이다. 본능과 이성, 두 가지 본성의 표지이다."라고 덧붙였다.

    갈대와 같이 흔들리는 것이 어디 여자의 마음뿐일까? 내가 좋아하는 가요에는 '갈대의 순정'이라는 노래도 있다.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알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사랑에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어디 가요에나 있을 뿐인가?...

    탐욕성, 집착성 인간성의 크라이막스 극치를 보는 한국의 현실, 초등학교 바른 생활 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애게 물었다. "거짓말 자꾸하는 학생은 커서 뭐가 될까요?" 학생들의 대답은 "우리 나라 국회의원요". 권세를 놓기 싫어, 아니 어쩌면 거짓이 탈로 될까봐 극비의 흉계 "북풍" "세풍" "휴전선 총격요청"등 귓속비밀이 만천하에 폭로되는 현실이다. 국기(國基)마저 흔들어 버리는 참으로 더러운 한국의 정치판이다. 어제 말 다르고 오늘 말 뒤집는 세상이다. 도대체 어디로 향해 가고있는 대한민국인가. 한국의 정치판을 보면서 다가 올 혼란을 생각하면 몸서리치는 암담한 절망감이 앞선 것은 나 혼자만의 기우(杞憂)는 아닐 것이다. 오는 세기에 살아 남기 위해 투명한 진실만이 경쟁력의 대응이다. 가을은 침묵 속에 무서운 추상같은 서릿발 사정의 계절이기도하다.

    가을은 폭로의 계절, 있는 대로 생긴 대로 보여주는 냉엄한 생명 진실의 법정이다.

    그리스 신화에 미다스(Midas)왕과 갈대 이야기가 있다. 프리가 지방의 미다스왕은 아폴로 신과 마르쉬아스(Marsyas)의 음악 경연에서 마스쉬아스가 이겼다고 판정했다. 아폴로(Apollo) 신은 화가 나서 네놈의 귀가 왜 그렇게 나쁘냐고 기다랗고 마구 움직이는 당나귀 귀로 변하게 했다. 그후 미다스 왕은 늘 머리에 천을 두르고 자기의 흉한 귀를 감추고 지났는데 이발사에게만은 속일수가 없었다.

    이 비밀을 누설하면 큰 벌을 주겠다고 해서 이발사는 참고 참았으나 결국 앓아 눕게 되자 어느 외딴 강가에 나가서 땅속에 구멍을 파고 그 구멍 속에 입을 대고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야, 털이 나고 막 움직인다"고 마음껏 소리치고 나서 흙으로 구멍을 메우고 속이 후련해서 집으로 집에 돌아 왔다.

    그런데 지난해 죽은 갈대 뿌리가 한줄기 그 구멍의 흙 속에 묻혀 있었다. 철이 바뀌고 갈대는 자라 바람에 날리면서 이발사의 말을 그대로 흉내내게 되었다. 미다스 왕은 펄쩍 뛰며 노발대발했으나 끝내 범인은 찾아 내지 못하고 말았다.

    나일강 갈대 숲에서 모세를 건져내어 400년 노예 살이 유대민족을 자유와 해방의 인간회복을 이루었던 성서 속의 이야기는 갈대 숲을 좀더 자세히 보라는 무언의 가을 갈대의 권면 같기도 하다.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고 예수는 오늘도 묻고 있다. 진실의 실체를 보라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흔들리는 갈대, 연약한 갈대 같을지라도 진실을 생각할 줄 아는 갈대라고 다짐하는 가을이면 좋겠다. 바람에 흔들리며 속삭이는 갈대 숲의 진실한 참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예수프론트라인 : 강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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