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 이명래 고약 생각나요!?" 어느 날 김목사님으로부터 이동전화로 걸려온 국제전화였다. 나이가 들었다고 자탄하는 나에게 평생 "강군!"이라고 나를 불러 줄 수 있는 스승이 있다는 것 이 남모르는 어떤 행복을 느끼게 하고 흐뭇한 옛사랑을 되찾게 해준다. "강군"은 나를 아껴주는 사랑확인의 애칭이다.
전화의 내용은 지금 까지 우리 기관을 괴롭혔던 어떤 문제가 시원하게 풀렸다는 이야기였다. 이명래 고약을 붙혀두면 종기의 어버리가 빠져 버리듯 시원하다는 대화 였다. 얼마나 속이 시원했으면 이명래고약을 생각했을까 나도 덩달아 후련해 지는 마음이었다.
지금의 나이 20대 이후의 세대에게는 이명래고약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종 기가 나고 상처 난 곳에 붇혀 두면 감쪽같이 속살이 나고 나아 버리는 우리한국의 명약중의 명 약, 가정 상비약 1호 였다.
이명래고약의 특징은 그 곪은 살속에 박힌 응어리까지 물고 나온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국 상황을 보면서 이명래고약 같은 한국병의 종기와 부스럼 같은 해 묵 은 망국병이 그 응어리가 빠져나갈 "이명래고약"을 아쉬워한다. 한국 역사의 아이러니가 새로운 이명래고약 같이 그 어버리가 쑥 뽑혀져 버릴 수 있는 명약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명래고약은 선교를 목적으로 한국에 파송된 불란서 카톨릭 신부가 가르쳐 준 한방의 비법이 었다. 선교사는 파송 되기전 간단한 의술을 훈련받아 육체의 병도 고쳐 주며 영혼의 생명을 전 달하기 위해서 였다.
1910년대, 한쪽은 라틴어, 한쪽은 한문으로 된 한방의서를 지니고 가난하 고 헐벗고 병든 조선사람들을 치료하며 선교 활동을 했다. 소년 이명래는 이 신부 밑에서 심부 름도 하고 약 제조법과 치료법을 배우면서 자랐다. '성' 신부로부터 물려받은 그가 만든 고약을 만들어 거지들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하면서 그 소문이 전국에 퍼졌다.
충청도 거지, 전라도 거지, 경상도 거지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하루 300 명에서 400명이 문 앞에서 번호표를 받아 처방을 받고 갔다. 그때 당시 일본이 우리를 잠식하고 있을 때 일본 사람들에게까지 소문이 났다. 그때는 발찌가 나면 죽을병으로 알고 있던 때다.
우리 땅을 빼앗은 일본 군대 육군대좌(지금의 대령)가 발찌가 나서 찾아와 이명래고약으로 깨끗하게 나아버렸다. 지금 우리 고국은 망국의 죽을병을 수술대에 올려놓고 있다. 아니 죽어야 다시 살수 있는 내세 의 희망이라도 걸 수 있는 막다른 숨을 몰아 쉬고 있다. 고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심각 한 위기의 초를 재는 시간이다.
재벌족벌이라는 괴상한 경제성장이 이루어 논 사상누각에서 허수 1만불의 GNP에 스스로 속아 놀아나다가 폭삭 내려앉은 거지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중국의 대사관 직원 아이들이 학교에서, "너희 나라는 거지 나라"라고 모욕을 받고 가족을 귀국시켜 버렸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런 꼴이 되고 말았는가? 분통이 터지고 화병이 날 사람이 어디 나 혼자 뿐일 것인가.
나라까지 빼앗겨 버려 36년간 일본인의 종이 되었고, 광복의 햇살도 채 비치기전에 6.25의 민족 상잔의 비극의 초토 위에 피와 눈물과 땀으로 세워진 오늘의 조국대한민국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고 말았는 가!?... 세계의 어느 민족보다 슬기롭고, 머리 좋고 부지런한 우리 민족이 아닌가. 그런대, 그러한 대 왜 이지경이 되어 우리는 멕시코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가 아니라고 자부하면서, 깔보던 나라 꼴보다 못한 허풍의 나라가 되어 우리가 멸시하던 사람들의 전철을 밟으며 국제 망신을 뒤집어 쓰고 있는가.
파산직전 IMF가 들어서니 아직도 얼빠져 있는 시사해설자나 재벌 돈으로 먹고 사는 논객들의 칼럼, 시론이 어지럽다. IMF가 경제주권침해라는 망발변호를 한다.
정치논리로 보는 눈, 민족국가논리로 보는 눈, 경제논리로 보는 눈, 재벌물먹어보고 보는 시각 의 차이다. 지금이 몇 시인가. 그리고 어떤 시간인가. 어떤 시대상황에 이미 우리가 들어와 있 는지 아직도 주제파악 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손틉만한 국가태두리안 울타리 속의 씨족 본능보존의식의 깊은 잠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알량한 사립문을 닫는다고 밀어 닥친 세계의 변화의 원리가 피해 갈 줄 아는 무지 속에 있다. 문제의 근원은 변화의 무지와 그에 맞물린 폐쇄성불신풍조구조에 있다. 아니면 그 변화의 질주 에 따라 가지 못하고, 버리지 못한 한국의 망국병적 이기성구조와 국민의식의 폐쇄회로에 있다.
일년전 "디지털시대의 새바람이 불고 있다."는 칼럼을 썼다. 디지털 세계화의 충격과 폭풍을 피 해 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금모아 나라 살리자."라는 금을 모아 달러를 바꾸는 운동이 가견스 럽기도 한다. 그러나 금을 모으기 전에 국민의식의 천년 만년 해묵은 좀싸라기 구태의식의 숨 겨둔 "금"을 먼저 모아야 한다.
그래서 그것을 녹여 세계의 무대에 순금대로 올려놓아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고마운 IMF라는 구제금융 달러를 고약으로 한국의 망국병 어버리를 뽑아 주 고 있다. "중이 제머리 못깍은 병폐 "를 IMF달러가 고약을 발랐다. 서양선교사가 가르쳐준 이 명래 고약이다.
등창이 나고 헐어 곪은 지가 오래된 악성 종기의 응어리가 뿌리채 뽑혀져 경제도 정치도 세계 무대로 활짝 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식이 디지털화 한 세계의식으로 깨어나야 산다. 시간이 없다.
손틉 만한 크기의 펜티엄II는 1초에 5억8천 8백만개의 계산을 헤 치운다. 이 미 걸린 세계화의 웹(Web) 그물에 빠져 나갈 기업도 정치구조도 없어진지 오래다.
막혀 있는 국민의식속에 곪아 있는 지방색, 족벌, 학벌, 지연으로 내장된 계산으로는 결코 이 파산의 파국 을 돌파하지 못할 것이다. 열린 세계에서 배우고 간 머리 좋은 영리한 한국사람들이 닫힌 한국 속에서 자기 실속만을 챙기고 있었다.
서양 선교사에게서 배운 이명래고약이 우리 거지들의 종기를 고쳐 주었듯이, IMF달러가 한국의 악성고질의식의 어버리를 뿌리채 물고 나오는 혁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