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 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 어...//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 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 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라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에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1946년 <상아탑>6 월호에 실렸던 청록파 박두진의 "해"의 시다.
인간의 감성과 언어의 표현이 절정을 이룬, 새로운 인간성에로의 지향과 이상적 우주 구현을 노래했다. 박두진은 이 시 한편으로 죽어도 한이 없는, 유언이 더 필요 없는 서정시의 극치를 남기고 갔다.
새로 떠오르는 새해 새태양을 바라보며, 세계를 보고 고국을 보고 나 자신을 새롭게 보면서 새 해 첫날을 맞는다. 미국생활 초기에 너무도 그리운 고국산하를 못 잊어, 존스비치에 나가 대서 양 바다 물에 손을 적시며, "이 물이 돌고 돌아 고국의 동해 바다에 맞 다아 있겠지!"하기도 했 고, LA를 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태평양 바다 물에 손목을 넣고 대야에 물처럼 맞다아 있을 고국의 동해 바다를 그린 때도 있었다.
무인(戊寅)년, 첫해 첫날 1998년. 동해에서도, 대서양에서도 타오르듯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태양 을 보며, 처절한 몰락을 맛본 고국과 우리들의 이민생활 좌절이 새로운 각오와 용기에 불을 당 기듯 불타오는 희망의 의지로 불이 붙었으면 좋겠다.
해마다 새해에 새 결심(Resolution)을 한다. 호랑이 해, 1998년 우리는 다시 한번 개인적으로 국 가적으로 새 결심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첫째, 거짓말 안하는 정직한 한국인 상의 이메지 회복에 나부터 앞장서야 하겠다. 이번 IMF사 태를 보면서 우리가 보는 우리들보다 타민족이 보는 우리의 모습은 신뢰성 없고, 허풍 잘 떨고, 속이고 허위문서 잘 만드는 사람들로 크레딧이 땅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수 출에 흑자를 내 외화를 벌어 드리는 문제보다 심각하다. 나부터 거짓말 안하기 운동 하나라도 성실히 지켜, 신뢰받는 한국인의 이메지 회복에 앞장서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둘째, 세계시민으로 성숙한 세계관 조국 관이 더욱 분명해 지도록 구태 의연한 "정치논리" "경 제논리"를 새로운 시각으로 정리하면 좋겠다. 어차피 세계는 지금 천하일가의 글로발리제이션 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 이 무서운 변화의 속도에 우리 의식의 세계화가 시급하다. 미국에 살면 서 세계시민의식으로 미국을 보고 고국을 보는 눈과 비젼이 더욱 분명해 지기를 바란다.
셋째, 귀가 닳도록 듣고 있는 우리는 지금 최첨단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참으로 전광석화 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다. 살아 남기 위해서도,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도 정보통신 에 어느때 보다 예민해 져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 활자와 방송매체는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시 대를 앞장서 이끌어 가는 선두에 서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넷째, 우리에게 허용된 한 인생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시간이 생명이고 시간이 황금이다. 시 간을 아껴 관리하는 삶의 방식을 최대한 전략적으로, 효율적으로 살도록 했으면 좋겠다. 인간의 성실성의 척도는 그 사람의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올해의 목표를 적어 놓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 시간 배정을 해서, 시간에 끌려 쫓기는 삶이 아닌 시간을 조정하는 삶의 패턴을 만들면 좋겠다.
다섯째, 이국을 내땅처럼 이국에 살면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작은 일에, 정상적 하루 일과에 감 사할줄 아는 삶의 긍정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큰 힘이된다. "작은 행복 찾기," "행복을 만들 어 가기" "행복 서로 나누기"로 가정을 더욱 밝고 튼튼하게 세워가면 좋겠다.
여섯째, 큰 꿈을 이루고, 큰 비젼의 성취를 위해 오히려 작은 일에 성실과 진실로 차분하게 살 면 좋겠다. 한국의 각오는 대단하다. "우린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용기와 각오는 좋지만 과거처럼 무작정의 전략성과 세계의 흐름의 의식 없는 하기만 하면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올바로 해야 올 바로 된다,"는 인간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 원칙의 기본적 진리와 상식적 도덕과 윤리 앞에 겸허하게 서 있을 줄 아는, 자신으로 돌아오는 이 한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 음과 우리 모두 함께 하고 싶은 새해의 결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