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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7년, 12월의 칼렌다"

    - 시간 속에 숨어 있는 '희망'의 비밀 (1) -

    마지막 걸린 1997년 12월 칼렌다를 본다.

    이제 한 장밖에 남지 않는 초라해진 마지막 12월의 달력과 함께 1997년도 그 마지막 인사를 주 고받고 있다. 눈에 보이는 저 한 장 남은 칼렌다 속으로 보이지 않는 무서운 '시간'이라는 이름 의 불가사의가 흐르고 있다.

    올해의 12월 칼렌다를 보면서 오는 느낌은 어쩐지 예년과는 같지 않는 이상(異常) 느낌이다. 한 편으로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 하루라도 빨리 1998년의 새 칼렌다를 갈고 싶은 산란스런 마음 이다.

    일년 365일 날마다 정들었던 1997년의 칼렌다, 달이 바뀔 때마다 수채화로 계절 감각을 새롭게 일깨워 주었던 달력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년말이되면 그림 좋은 칼렌다를 여러 가지로 모으는 것이 취미처럼 되어 있다. 책상 앞에도, 들고 나는 문에도, 주방에도, 화장실에도 걸어 놓고 집 에 어디에 있든지 지나 가는 날, 오는 날, 오늘의 현위치의 시간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또 하나의 취미는 시계를 모으는 것이다. 해방되고 시간을 알려면 경찰서에서 불어대는 싸이렌 소리나, 겨우 동네 부잣집에 흔들거리며 돌아가는 궤종 추시계, 돈 많은 영감님이나 안쪽 깊숙 한 포켓에서 꺼내서 보는 회중시계를 보고야 시간을 알 수 있는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요새는 컴퓨터 칩이 들어 있는 전자시계가 쏟아져 나와 옷을 바꿔 입을 때마다, 또는 분위기에 따라 유행성 시계를 차고 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칼렌다와 더불어 각종 시계를 시선이 가는 곳에 놓고 살고 있다.

    컴퓨터가 돌면서 시간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와 타임 매니져먼트의 각종 소프트웨어 를 쓰게 되었다. 칼렌다와 시계, 시간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으면서 촌음이라도 얼마 남지 않는 시간 을 아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올해의 마지막 12월 칼렌다를 보면서는 참으로 만감이 교차되는 회한의 온갖 상념이 나 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흔히 연말이면 하는 말로 다사다난한 한해의 마지막 장이다. 어쩌면 97년을 영원히 기억 속에 삭제해 버리고도 싶은 알 수 없는 분노는 어디서 치밀어 오르고 있는 것일까. 미국의 시민이 된지 20년도 훨씬 넘고, 한국의 선거에 투표권도 없는 미국시민이다. 투표권도 없는 것이 밤 놓 아라 대추 놓아라 할 수 없는 나 자신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참정권은 없어도 내 속에 흐르는 피는 한국사람의 피고, 내 피부는 한국사람의 얼굴이다. 원해서 왔던 밀려 왔던 미국에서 살면 서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미국사회 구조의식은 나도 몰래 미국화 되어 있는 것만도 같다. 변하지 않는 것은 김치와 밥이 아니면 먹지 못하고, 고국이라는 한국에서 되어지 고 있는 상황을 외면해 버리고 살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 고국,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고 있는가?! 누가 알아주던 말던 나는 나대로 밤잠을 설 치는 아픈 가슴과 분노 같은 울화가 치미는 한해였다.

    88올림픽의 북소리와 함께 한강의 기적을 낳은 저 한국을 배우라고 선망의 나라, 동구권의 민 주화에 불씨를 던질 만큼 자유민주주의 승리를 보여준 우리 고국이 불과 10년도 채우지 못하고 다시 거지나라, 허풍허세, 거품성 구조악, 사치와 낭비의 방탕한 민족의 이미지로 세계민족의 창피를 사고 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한국 얼굴을 가진 것이 자랑스러워 고급계층 외국인 모 임에서 어깨를 올리고 돌아 왔는데 이제는 우체국에서 부끄러운 얼굴의 한국인이 되었다.

    아귀다툼 속의 아비규환, 아사리판속의 아수라장을 볼려면 이제 한국, 내 조국을 보면 된다. GNP 만 불이라는 거품성 허구 속에 오만과 교만, 망각의 치매성 흥청망청의 과소비 방탕으로 피와 땀으로 일꿔온 한국을 '국가부도 도산'을 불렀다. 보리고개를 넘긴지가 언제라고 음식쓰레 기처분할 빈땅이 없게 되었다.

    저 중국까지 한국의 GNP를 600불로 쳐야 도와주겠다는 경멸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무서운 IMF가 들어섰다. 파산한 한국을 실세대로 평가하자고 달려들고 있다. IMF가 주저 앉은 경제를, 썩어 빠진 정치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 의식의 신뢰성회복 이 더 시급한 과제다.

    그리스신화에 판도라(Pandora)상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인류 최초의 여성이라는 판도라가 시집 을 갈 때, 제우스(Zeus)로부터 보물상자를 선물로 받았다. 열어보아서는 안된다는 주의와 약속 을 받았지만 호기심에 못 이겨 살그머니 그 뚜껑을 열자, 모든 보물이 연기가 되어 사라져 버 렸다. 약속을 파기한 인간의 불신에 재앙을 상징한 것이다. 놀라서 황급히 뚜껑을 닫자 겨우 꼭 한 가지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희망'이라는 것이었다.

    시간은 비밀이다. 판도라 시간이다. 그래도 잃어버리지 말고 붙잡고 있어야 할 '희망'이라는 98 년 새로 걸릴 칼렌다를 기다리고 있다.

    원래 칼렌다란 말은 라틴어에서 금전출납부를 의미했다. 옛날 로마에서는 금전의 대차를 매달 첫날에 청산하는 풍속이 있어서, 결국 금전의 출납부가 달력을 의미하는 말로 전용돼 쓰이게 되었다. 칼렌다를 보면서 우리 한국 국민의식의 대차대조표를 결산해 보아야 할 때다.

    남아 있는 한 장의 12월 칼렌다 안에서, 그래도 우리는 '잃은 것을 세지 말고 남아 있는 것을 세라'는 격언을 따라, '희망'이라는 시간의 비밀을 간직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수프론트라인 : 강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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