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화요일 아침 8시 45분, 9월로 접어든 뉴욕의 가을 아침 하늘은 맑고 푸르고 청명하게 열린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나는 자동차를 정舟歐?위해 카 서비스 센터에 차를 맡기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 켜 놓은 CNN 방송을 보고 있었다. 아침마다 출근 길 교통상황을 신속하게 보여주기 위해 다섯 대가 넘는 헬기가 뉴욕 주변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 일상적이다.
그저 그런 뉴스를 전하던 앵커의 목소리가 황급한 목소리로 “Oh, my God, Twin Building(World Trade Center, 이하 WTC)에 여객기가 충돌했다.”고 외쳤다. 단순한 여객기 사고인 줄로만 알고 망연히 일손을 멈추고 모여든 직원들이 TV를 보고 있는데 21분 후에 낮게 뜬 여객기 또 한 대가 날아드는가 했더니 그대로 두 번째 빌딩을 관통하고 이어 불길과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폭발음이 나고, 110층 건물 밖으로 파편과 함께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모두가 말을 잃고 넋 나간 듯이 불길에 쌓인 두 빌딩을 응시하고 있는데, 10개의 TV 송신탑과 수많은 통신 네트워크의 송신탑이 있는 제 1빌딩이 주저앉듯 녹아, 재를 뿌리며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제 2의 빌딩도 주저앉고 말았다.
세계무역의 센터이자 뉴욕의 명물로, 지친 여행에서 비행기로 자동차로 오다 가장 먼저 은빛 두 빌딩이 보이기 시작하면 피로가 풀리며 안도감을 주던 뉴욕의 등대가 사라져버렸다. 뉴욕에 친구가 방문하면 가장 먼저 데려가 꼭대기에서 석양의 조명 받은 뉴욕 시가를 환상처럼 보여주던 곳이다.
조금 후에 여객기 두 대가 추락하고, 워싱턴의 펜타곤이 불타고 있었다. 2001년 9월 11일은 미국의 역사에서 최악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어 부시 대통령의 담화로 보스턴 발 아메리칸 민간항공과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이 이슬람계 아랍인에 하이잭킹 당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자살테러였다는 것이 공식 확인되었다. 최첨단 공법과 5만 명이 세계를 울고 웃게 하고, 수재들의 두뇌회전이 세계의 부의 행방을 결정짓는 곳이었다.
허탈하고 분하고 어이없이 당한 이번 사태로 한동안 일손이 잡히질 않고 머리가 텅 비어 나간 공동과 무거운 침묵 외에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다만 무서운 것이 사람이고, 무서운 것이 적대감이라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국의 심장에 칼을 맞은 아픔과 자존심의 훼손과 다시는 보이지 않는 은빛 등대 빌딩에 치밀어 오르는 자괴감을 어찌할 수 없다.
만약 미국이 이대로 무너져버린다면 세계의 운명은 어디로 갈 것인가. 내가 미국 땅에 발을 붙일 때 완공되어 세워진 이 건물은 30년 가까이 내게 뉴욕에 사는 Pride 중의 하나였다. 나는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누가 뭐래도 자유와 정의와 인권이 미국만큼 분명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생명을 던져 세계질서와 평화를 위해 버팀돌이 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때로 실패가 많았을지라도 미국은 세계질서의 경찰국이다.
미국을 가장 증오한 국가들은 공산 국가였으나, 지금은 공산 국가들이 미국으로 인해 새로운 희망을 안고 부활하고 있다. 미국을 파괴하고 싶은 나라는 이제 회교국이 되었다. 칼과 코란으로 세계를 휘둘고 싶은데 미국 때문에 마음대로 못하고 있는 나라들이 이슬람 아랍계 종족이다. 현재 이슬람교도 수는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12억을 맴돌고 있다. 이슬람이 미국을 증오하는 가장 명백한 이유 중 하나는 기독교로 세워진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전쟁은 문명의 바탕전쟁, 종교전쟁이 되는 것이다. 예수와 모하메드의 싸움이다. 부시의 전쟁 선포 메시지에 시편 23편을 인용하면서, 테러행위를 ‘Evil Act’로 천명한 것은 영적인 전쟁을 의미한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미국은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한 사람의 인권을 귀하게, 한 사람의 권리를 끝까지 지켜주고 찾아주는 나라이다. 인명을 위해 첨단 장비를 총동원해 부서진 잔해를 일주일 이상 한 조각 두 조각 수작업을 하며 헤쳐내고 있다.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파타키 주지사는 아예 Police 제복으로 갈아입고 선두에 서서 지휘하며 시간마다 기자회견을 통해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해외 신문들이 ‘응징보복 신중론’을 논하지 않아도 미국은 침착성과 이성을 잃지 않고 있다. 광고 커머셜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상업성이 강한 미국의 모든 언론 매체들은 광고 없이 일주 이상 24시간 한 사람의 인명구조 뉴스로 고정시켜 놓고 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조금 안일했던 미국을 미국답게 깨워주는 테러경고였다. 흔히들 뉴욕커들은 120여 종족이 모여 사는 인종혼합 도시로서 차갑고 무정하고 이기적인 도시인들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 사태를 보면서 뉴욕 사람들이 진정으로 무엇이 귀한지를 알고,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해 보여 주고 있다. 헌殆?줄이 끊어질 줄 모르고, 자원봉사자들이 너무 많아 질서 유지상 중단된 상태다. 집집마다 성조기를 걸었다. 미국의 자유수호를 위한 자원 군입대가 넘치고 있다. ‘테러 응징이라면 전면전도 불사한다.’고 한 국민 여론이 94퍼센트를 넘고 있다.
미국은 다시 제정신으로, 싸워야 할 본연의 적의 타깃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했다. 안일한 이슬람에 대한 분명한 타깃을 본 것이다. 이제 Ground Zero는 자살테러를 성전(聖戰)으로 추앙하는 ‘악령의 테러’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WTC ‘은빛 등대’는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미국의 자유와 정의의 스피릿은 잿가루를 쓰고도 자유의 등불을 하늘 높이 들고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으로 더욱 그 불빛을 밝게 비추고 있다.
테러로 무참히 숨진 사람들의 무고한 희생을 기도하며, “Freedom Is Not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