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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젖염소 한 마리”

    - 8·15 해방과 자유, 속죄(贖罪)하는 거시적 민족 사랑으로 -

    기찻길방천 위에 염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논두렁에 벼이삭이 고개를 숙여가고 키 큰 포플라 나무 그늘, 먼 산비탈에 참외 수박이 익어가고 원두막이 시원한 여름바람과 도란거리는 천하의 여름은 한국의 농가에서 그 절정을 익힌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둠벙과 논 물줄기에서 환성을 지르며 미꾸라지 붕어를 채로 뜨고, 여인들은 논두렁에 차려온 점심으로 일꾼들이 어울려 잔치를 벌인다. 기적을 울리며 달리는 기차를 보면 손을 흔들며 가슴 설레는 꿈이 된다. 평화와 자유와 쉼이 있는 농가의 정겨운 여름 풍경이다. 물론 30여 년 지난 날 옛이야기 나대로의 상상의 수채화일지 모른다.

    새마을 운동으로 지금은 현대화된 농촌이겠지만 세계 어디를 보아도 우리들의 농촌처럼 정겹고 인간과 자연이 어울려 하나되는 다정함이 없는 것 같다. 미국의 광활한 농촌은 기계화된 거대한 농산물 공장일 뿐 농촌의 아기자기한 정서를 찾기가 어렵다. 휴가철이다. 방학이다. 너도나도 어디론가 한번 싸들고 나갔다 와야 하는 휴식의 계절이기도 하다. 한국의 남쪽은 자가용차가 너무 많아 휴식 나들이가 몸살휴가가 되고 있다. 남쪽의 중산층은 해외로 호화 관광으로 104만여 명이 이미 예약을 마쳐 더 이상 비행기 예약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꿈같은 이야기다. 국민 GNP가 9천 4백불인 나라로서는 낭비성 나들이들이다.

    남쪽의 여름은 그래도 어떤 여유가 넘쳐나고 있는 느낌이다. 36년간 빼앗긴 땅을 찾아 나름대로 내 집 내 땅이 주는 풍요가 넘친다. 지금의 북쪽의 우리 한민족은 먹을 음식이 없다. 먹거리를 찾아 생사를 걸고 두만강을 넘는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선뜻 가까워진 북쪽의 하늘, 평양의 날씨까지 들어야 마음이 풀린다. 우리들 남쪽만의 풍요는 해방된 민족의 차원에서는 분단의 골을 더욱 깊게만 파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3일부터 7일까지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2000 C.C.C. 전국 대학생 여름수련회에 참가한 전국 350대학 1만여 명의 C.C.C. 기독교대학생통일봉사단은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일조하기 위해 젖염소 보내기로 1만352마리를 작정 결의했다. 젖염소 한 마리 가격은 30만 원으로 31억560만 원이 된다. 젖염소 1만 마리가 북한 농가에서 자라 새끼를 번식시켜 우유를 짜서 북쪽 우리 민족의 영양실조를 보양해주기를 바란다. 해방 55년과 분단 55년이 무엇인가 차원이 다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내 인생 27세 젊은 청년이 소모병, 탈진으로 피를 토하고 쓰러져 경기도 마석 입석마을에서, 2년 동안 어머니와 함께 염소우유와 염소고기로 약을 먹으며 회생하듯 살아 나온 일이 있다. 명동바닥에 피를 토하고 쓰러진 나는 앰블런스에 실려 인천 적십자 요양원에서 8개월을 보내고, 다시 어머니와 함께 경기도 마석에서 20리길 입석 산마을로 들어가 요양을 했다. 그때 ‘염소 한 마리’가 나를 소생시켜 오늘의 내가 살아 있다. 염소를 잡아 말린 염소고기를 1년을 내내 먹고 탕진된 허약을 파스라는 약을 먹으며 에너지로 보충했던 것이다. 생각할수록 고마운 염소의 순교(?)였다.

    “우리 집 근처 시골 여자들이 자기 젖꼭지로 어린아이를 기르지 못할 때에는 보통 염소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 염소들은 바로 이 아이에게 젖먹이는 것에 길이 들어서 아이가 울면 그 소리를 알아듣고 쫓아온다. 그 염소의 젖먹이 아닌 다른 아이를 갖다 대면 젖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도 다른 염소의 젖은 빨지 않는다”(M.E.몽테뉴/수상록). 프랑스의 몽테뉴는 16세기 후반 프랑스의 광신적인 종교 시민전쟁 중에 종교에 대한 관용을 호소했고, 인간 중심의 도덕을 제창했다. 이것을 표현하는 에세(essai)라는 문학 형식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막스의 망령에 끌려 북쪽은 탈진된 궁핍과 방황으로 소모병에 굶주림에 지쳐 있다. 남북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우리는 이제 돌아온 탕자의 아버지의 팔 벌린 사랑의 넓이와 깊이와 높음을 재어 보아야 할 시간에 와 있다. 크리스천이라면 먼저 책임을 자신에게 물어야 하고, 대형 교회들의 부의 행방을 물어야 할 시간이다. 돌아온 아들은 돼지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해도 주는 자가 없었다. 돌아온 아들의 축제 잔치에 염소 한 마리도 잡아 주지 않았다는 형의 속 좁은 이기심과 시기는 우리의 현실과 아이러니컬한 동의어를 이루고 있다. 팔 벌려 가장 좋은 것으로 ‘염소 한 마리’라도 주어야 할 대각성이 요청된다.

    8·15 광복과 해방과 자유를 민족의 차원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남쪽의 절제된 희생이 무한히 그 마음과 눈과 나눔의 차원을 아버지의 심정으로 돌아서야 한다. 체제 논란 이전에 한민족의 한 핏줄을 먼저 생각해 보면 좋겠다. 국회는 스스로 비하시켜 ‘개판’이라고 했다. 언론은 언론사끼리 소위 ‘우국 칼럼’ 논설이 혼란스럽다. 남쪽은 퇴폐 ‘룸살롱’ 천국으로 5인이 한판 술에 540만 원을 던지는 탕자문화의 과잉 낭비다.

    구약에 나오는 속죄(贖罪) 염소는 욤 키푸르 ‘대속죄일’ 의식(레 16:8~10)에서 유대 백성의 죄를 짊어진 것으로 상징되는 염소다. 어느 학자들은 광야의 악마 아자젤을 달래기 위해 이 염소를 제비로 뽑은 뒤, 유대 백성의 죄를 제거하기 위해 예루살렘 밖 벼랑으로 내던진 것으로 본다. 어떤 경우는 더 비약해서 이 염소가 무고하게 다른 사람들의 책임을 떠맡은 그룹 또는 한 개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속죄(贖罪)염소’를 사용하는 이 관습은 여러 가지 짐승뿐만 아니라 인간도 속죄 제물로 삼았던 다양하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재앙이나 여러 가지 다른 재난을 가볍게 하기 위해 또는 그런 불행을 방지하기 위해 인간을 속죄염소로 삼기도 했다. 예수는 인류 전체의 근본 ‘속죄(贖罪)양’이었다.

    2000년 8·15는 민족의 속죄의 날로 재조명되기를 바란다. 남북 이산 가족의 쓰라린 만남에로의 그리움뿐 아니라 온 민족의 만남으로 한 핏줄임을 확인해 보는 2000년에 맞는 광복의 비전이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 나부터 ‘염소 한 마리’라도 보내 속죄하는 사랑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남쪽은 풍요한 여름 잔치, 북쪽은 주린 겨울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2천만 북녘동포에게 2천만 마리 염소 한 마리씩 보내 줄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어느 날 평양을 거쳐 백두산 가는 길가에 우리가 보낸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포플러나무 밑에 염소가 한 마리 매어 있습니다. 구식으로 수염이 났습니다. 나는 그 앞에 가서 그 총명한 동공을 들여다 봅니다. 셀룰로이드로 만든 정교한 구슬을 오블라토로 싼 것같이 맑고 투명하고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도색(桃色) 눈자위가 움직이면서 내 삼정(三停)과 오악(五岳)이 고르지 못한 빈상(貧相)을 업신여기는 중입니다”(이 상).

    순장 강용원·미주K.C.C.C.(ywk@idt.net)

    -예수프론트라인 : 강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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