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푸른 하늘이 열리는 가을의 문턱이다. 태풍과 폭우가 휩쓸고 간 지나간 여름의 상처를 매 만지고 있을 시간이 없다. 과거는 과거대로 묻어 버리고 그래도 변치 않고 열리고 있는 높고 푸른 하늘과 더불어 찌들고 멍든 희망을 다시 한번 푸른 하늘에 그려보는 계절이다.
우리민족의 민속전통에 한가위 추석만큼 아름다운 고유의 절기도 없는 것 같다. 3천만에 가까운 민족이동이 벌어지는 축제중의 축제다. 고향을 찾는 마음,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마음, 부모 곁으로 가족이 모여 앉고 싶은 아름답고 착한 마음들이다. 민족 대이동, 그것은 마치 철이 바뀌면 대 이동을 하는 철새들의 무리 같기도 하다. 일시에 날아오르는 무리진 새떼들의 비행 같기도 하다. 벌써 일년 전에 기차 예매, 비행기예약이 끝나버린 상태다.
세계 어느 민족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곱기만 한 우리만의 정서다. 둥근 달, 오곡이 무르익은 들판, 초가 지붕 위에 빨갛게 수놓아 말리는 익은 고추, 알알이 여문 밤송이, 하얗게 핀 박꽃, 깃을 달고 익은 사열하는 옥수수 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소서" 풍요롭고 훈훈한 인간의 정이 넘치는 추석이 있는 9월은 마음부터 설래는 우리들만의 낭만이고 멋이다. 머나먼 이국 땅에 몸은 떨어져 있을지라도 덩달아 즐거워지는 계절이다. 날마다 한가위 축제 같은 날처럼 행복해 지는 삶을 누리며 살수 있는 우리 고국이면 좋겠다.
일본말에서는 우리의 일기(日氣)예보를 천기(天氣)예보라 한다. 둥근 달까지 밀레니엄을 향한 마지막 개기일식 우주 쇼를 했다. 일기예보가 맞지 않는 때도 많지만 우리민족 천기예보는 맑고 청명하다. 밀레니엄 추석을 맞으며, 감나무에 빨갛게 익은 감처럼 익어 가는 성숙된 고국의 풍토도 함께 익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간은 동물보다 자연보다 높은 수준의 정신이 있고 영이 있는 동물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가을 하늘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뉴스의 요건을 집약한 존 보거트의 말이다. 그러나 또 한가지 요건을 잊었다. 바로 사람이 사람을 씹어도 뉴스가 된다는 사실이다. 서로가 서로를 함께 섬기고 높히고 받드는 팀웍으로 네트웍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2000년을 맞아야 한다. 가족단위의 팀웍을 넘고, 민족단위의 팀웍도 넘어, 글로벌 네트웍의 고공비행 팀웍을 이루면 좋겠다.
V자를 그리며 철을 이동하는 기러기떼 무서운 팀웍___
"-- 올해 가을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가는 V자로 대형을 지어 가는 기러기 떼를 유심히 보자. 기러기 떼가 V자 대형을 짓는 과학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생각해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한 마리 한 마리의 기러기가 날개 짓을 할 때마다, 바로 뒤따르는 동료에게 부력을 제공한다. 전체 기러기 떼가 V자 대형으로 나르게 되면 적어도 한 마리가 날아가는 거리보다 71%이상을 더 날아갈 수 있다. -같은 비전과 공동체 의식을 가진 이들은 서로간에 도와주며 끌어주면서 나아감으로 더 빨리 더 쉽게 공동의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만일 한 기러기가 그 대형에서 벗어나면 갑자기 저항력을 느끼면서 힘들어지게 되면 즉시 대형으로 돌아와서 앞에 날아가는 동료가 주는 그 부력을 이용하게 된다. -사람들이 이런 기러기 무리 만한 공동체 의식이 있다면 우리도 같은 길을 가는 이들과 같이 대형을 이루어 훨씬 더 쉽게 나아가게 될 것이다.
선두에 선 기러기가 지치면 대형의 뒤로 물러서고 다른 기러기가 선두에 선다. -인간도 어떤 힘든 일을 진행할 때 서로 돌아가면서 그 일을 감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기러기 떼는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앞에 선 이들의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응원가를 부르듯, 합창하는 기러기 노래 소리다. (인간인 우리는 그것을 기러기 울음소리라 하지만, 기러기는 인간팀웍이 한심해서 야단치는 소리다.) -인간인 우리는 앞서가는 사람 뒤에서 무엇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가?
더욱 기특한 사실은, 한 마리가 총상을 입거나해서 아파서 대형에서 쳐지면 다른 두 마리가 같이 대형에서 빠져 나와 부상당한 기러기를 다시 날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끝까지 보살피며 보호해 준다. 그래서 다시 정상적으로 날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같이 대형을 이루어 가든지 아니면 죽은 후에야 움직인다. --"
우리가 이런 기러기 무리 같은 팀웍의식이 없다면 인간은 동물보다 낳을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인간인 우리가 서로가 서로를 위해 도와주지 않고도 살수 있는 양식을 가진 만물의 영장 인간이라고 하겠는가? 한 가족의 팀웍, 한 민족의 팀웍이 글로발 네트웍으로 바꾸는 업그레드, 업데이트 된 민족 대 이동의 올해의 추석명절을 보고 싶다.
질서 속에 익어 가는 가을, 깊어 가는 가을밤에 인간이면 생각 해 보아야 하는 인간 성숙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