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칼날 같은 겨울바람과 부드러운 캐쉬미어 봄 안개의 갈등(葛藤) 속에서 온다. 날마다 터지는 충격적인 핫(HOT) 뉴스로 뜨거운 겨울을 보낸 우리의 봄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우둔했던 우리는 이제야 겨우 왜 어디서 그런 엄청난 한국의 파탄(破綻)을 몰고 온 환난(患亂)과 혼란(混亂)의 진원을 깨닫기 시작했다. 한보 모르쇄 자물통 정태수가 입을 열었고, 금수강산 백의민족이 어디서부터 썩어 있었는가도 법조계의 썩은 구조 속 근원 부패 속에서 보았다. 앵벌이 먹이사슬 구조악이다.
그런데 21세기를 맞아야 하는, '아! 대한민국'의 봄은 아직도 깊은 동면 속에 깨어 날줄을 모른다. 어느 외국기자의 말이다."당신들이 정쟁(政爭)으로 밤을 지새우는 동안 세계는 번개처럼 변화하고, 당신들이 잠자는 시간에도 빚진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내년 봄이면 맞아야 하는 새로운 세기는 밀레니엄의 변화로 새로 열리는 초첨단정보화 시대다. 새로 열리는 세대에는 삶의 패러다임을, 의식의 혁명을 강요하고 있다.
'아! 대한민국의 봄'을 밖에서 보는 심정은 착잡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38선의 철책은 초비상 경계태세로 생사를 가르는 '충성'만 있고, 동해안 금강산 초 호화판 관광여객선은 연일 만선이다. 북은 인구 2천만 남은 4천만이다. 2천만의 인구에 200만의 군대가 남침을 노리고 있고, 남쪽은 4천만 인구에 200만에 육박하는 분노와 좌절의 실업자가 있다. 북쪽은 굶어 죽고 남쪽은 음식물 찌꺼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쪽은 사정거리 1,300km에서 이제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미사일을 실험중인데, 남쪽은 사정거리 300km로 제한 받고 있다. 남쪽은 햇볕을 보내는데 북쪽은 두더지 땅굴을 540km 이상 뚫고 들어가고 있다. 남쪽은 미전향 복역수에게 사면을 하는데, 북쪽은 쓸만한 인재들을 납북하여 세뇌하고 정치범으로 수용소 복역을 강요하고 있다. 북쪽은 전쟁준비 끝, 남쪽은 저 유명한 영국의 장미전쟁과 같은 귀족계층의 정권세력 다툼에 아비규환이다. 이조500년 당쟁사가 무색한 현실이다.
모순(矛盾)이라는 말이 있던가 이율배반(二律背反)이라는 말이 있던가. 판단중지라는 말이 있던가... 인간이 인간의 이성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해괴(駭怪)한 파라독스다. 변증법 논리로는 모순개념(矛盾槪念)을 중간 과정으로 긍정한다. 그런데 어쩌랴 아직은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는 이 모순과 이율배반적 파라독스를 받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 모순과 대면하여 대결하고 싸워야 한다. 하나님 없는 인생과 세상은 어차피 모순과 파라독스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우리의 도움이 어디서 오는 것인가를... 세상도 오는 밀레니엄도 글로벌리티(Globality)도 예수로 옷 새 입고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21세기가 백 번이 다가와도 인간모순은 돌고 돌뿐일 것이다.
1400연대의 영국과 유럽의 야만성 엘리트층 귀족싸움이 휩쓸고 난 후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을 정리한 앙리 베르그송이 같은 연대의 작가 키플링의 "숲을 지키는 사람"을 자주 인용했었다. 야만 해적 귀족 영국은 지금은 젠틀멘쉽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도 그런 희망을 품고 봄을 맞아 보자. 앙리. 베르그송이 즐겨 인용한 키플링의 '숲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되새겨보면서, 이제 우리도 제정신으로, 제 모습으로 의식(意識)의 정장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키프링의 '숲을 지키는 사람'의 내용은 이렇다. 산불을 예방하고 숲속의 병충해를 관리하는 숲지기가 홀로 아무도 없는 깊은 산중에 발령을 받았다. 침침한 높은 나무숲과 야생 동물밖에는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깊은 산중이다. 이른 아침부터 해 질 때까지 숲 속에서 오래된 나무, 병든 나무를 자르고 땀 범벅이 되어 통 나무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손을 싣고 들어가 정장을 한다. 마치 왕족 같은 귀빈과 함께 만찬을 하듯이 정장에 앞 수건을 드리고 예의를 갖춘 식사를 한다. 아무도 보아주는 사람 없는 깊은 산중이다. 어느 날 유니폼을 입고 찾아온 산림청 관리의 순찰이 있었다. 숲지기는 예나 다름없이 일을 마치고 돌아와 몸을 싣고 식사를 준비하고 정장으로 식사를 한다. 유니폼의 관리가 물었다. 아니 아무도 없는 이 빈 숲 속에서 그렇게 정장을 하고 거추장스럽게 저녁을 먹느냐고 물었다.
산지기는 대답했다. "예, 지금은 아무도 없는 산 속에 나 홀로 이지만 나중에 마을과 가족으로 돌아갔을 때, 그때도 나 혼자만의 흐트러진 삶의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유니폼을 입은 그 관리에게 일러 준 말이다. 모순(矛盾)과 이율배반(二律背反)의 현실 속에서 제 정신 제 모습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새봄과 함께 새로 태어나야 하는 '아! 대한민국'의 봄, 그리고 나, ... 그래서 달려나가 21세기의 봄을 품에 안을 준비를 해야 하겠다. 하루밤 사이에 1조4천억의 보유주식이 뛰어오른 손정의, 미국의 인터넷상거래 아마존, 야후, 아메리칸 온라인의 주가(株價)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연봉 36억(300만불)의 젊은 사나이 강찬수(38세)는 국제금융계의 큰손에 발탁되어 소로스 서울증권 신임사장이 되었다. 변하고 있는 세상을 증언하고 있다.
북쪽의 핵 기술개발 집중을 생산산업으로 바꾸고, 남쪽의 흥청거리는 썩어 곪은 부패가 척결되어 하나가 되는 날, 진정한 한반도의 봄이 올 날을 기다린다. 두만강, 대동강이 눈물로 녹아 임진강, 한강과 서로 얼싸안고 만나는 봄을 기다린다.
금강산 장안사의 봄과 38선의 봄이 함께 오는 봄꿈을 꾼다. 그래도 어디선가 봄 합창이 들려온다. 무서운 힘, 봄 생명의 북 치는 소리가... '아! 대한민국'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