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간사 목사, 연세대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공학박사), 미국 트리니티신학교 졸업(신약학 박사), 싱가폴 동아시아신학대학원 부총장, 한국 C.C.C. 총무 역임 현 한국 C.C.C. 대표

1. 예수, 유일무이한 "선생"

마태복음은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러한 가르침들을 마태는 의도적으로 묶어서 기록하고 있다. 그 가르침들은 '산상수훈' (5-7장), '전도 여행에 대한 지침' (10장), '천국(=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유들' (13장), '"교회라는 공동체"안에서의 삶에 관한 가르침' (18장), '종말에 관한 가르침'(23-25장)등으로 다섯 개로 묶을 수 있으며, 각 가르침의 끝에는 예외 없이 "예수께서 말씀(또는 비유)을 마치시고"라는 표현을 통하여 각 묶음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7:28; 11:1; 13:53; 19:1; 26:1).

예수님의 사역에서 가르침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마태복음의 전반적 흐름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1-2장을 통해 나타나는 예수님의 정체성은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자" (1:21) "내(하나님)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2:6) 라는 것이다. 마태는 구원자 목자로서의 예수님의 사역을 "가르치심, 전파하심, 고치심"(4:23; 9:35)으로 요약해 표현하고 있다. 이 것은 구원자로서, 그리고 목자로서의 역할 중에서 "가르치심"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르친다"라는 말 때문에 예수님을 일반적 의미의 선생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왜냐하면 "선생"이라는 단어가 마태복음에서 매우 신중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마태복음에서 '그를 대적하며 시험하는 자들'은 예수님을 선생이라고 불렀고 (9:11; 12:38; 17:24; 19:16; 22:16), 열 두 제자들이나 (14:28; 16:22등) 그를 따르던 자들은 (8:6; 9:28; 15:22등) 모두 그를 "주"라고 불렀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예수님도 자신을 선생으로 칭하지만 (10:24, 25; 23:8; 26:18) 그가 말하는 "선생"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 의미의 "선생" 개념이 아니다. 그 분이 분명히 하고 있듯이 23:1-7에 나오는 "선생들" 즉 특권층의 모든 혜택을 누리면서 사람들을 억압하고 위선과 교만으로 가득찬 "선생들"과는 대조를 이루는 '선생' 온유하고 겸손하며 사람들을 속박에서 풀어 주시는 (11:29-30) 유일무이한 "선생"으로서의 예수인 것이다 (23:8).

2. 가르치는 예수 가르치는 제자들

가르치시는 "선생"으로서의 예수님의 모습을 열 두 제자들과의 모습과 연결하여 살펴보자. 열 두 제자들을 부르실 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4:19)는 말씀을 염두에 두고 나머지 복음서를 읽어보면 왜 이 말씀이 '미래형'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 표현 자체를 보아서는 제자들이란 예수님의 사역을 돕는 자들이구나 하는 느낌을 주나, 예수님의 공생애 동안의 제자들의 모습은 사역에 동참해서 예수님의 사역을 돕는 자들의 역할을 감당하기는커녕 도움을 거의 주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사탄의 역할을 대신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16:22-23). 그들의 역할 수행에 대한 이러한 의구심과 평행하여 나타나는 제자들의 미래적 모습이 있다. 즉 예수님 부활 후의 증인으로서의 역할 (17:9), 마지막 심판에의 동참 (19:28), 천국 복음의 온 세상에 전파 (24:14)등이다.

제자들의 이 같은 미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과연 그들이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떠오르게 한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마태 복음 전체에서 계속 반복되는 한가지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데 그것은 불완전한 제자들의 모습과 함께 그려지고 있는 것으로, 곧 예수님과 함께 다니는 동안 예수님의 가르침을 통하여 (답답할 정도로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이 강조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예수님은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과 함께 "깨달음"을 가능하게 하시는 분이라는(11:25-27; 13:16-18)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마태복음에서의 제자들이 펼칠 미래의 활약은 우리가 보기에 "의심스러운"것이긴 했으나 예수님은 그들의 활약 가능성을 보시고 우리가 알고 있는 28:18-20의 지상명령을 그들에게 부여하신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금까지 배우기만 하던 제자들을 향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가르치라"라는 말씀을 주셨다는 사실이다. 이 명령은 예수님 스스로 목자 된 자신을 치신 후(26:31, 즉 십자가의 구속의 죽음) 약속된 모든 권세를 부여 받고 (28:18) 언제나 그들과 함께 하는 다스리시는 목자의 모습으로 자신을 나타내시며 함께 주어졌다. 이 명령은 제자 삼는 것을 세례주는 것, 즉 예수님과 하나가 되게 하며, 또 그 분의 가르침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지상 명령에서 예수님은 큰 목자로서 가르침을 주셨고 이제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하심(비교: 1:23; 18:20)"으로 그 들을 통하여 모든 족속 가운데서 자신의 제자들이 만들어지기를 원하시고 계신다. 다시 말해 제자란, 자신들과 함께 하시는 큰 목자의 가르치는 사역을 감당하는 작은 목자인 것이다.

3. "작은 목자"로서의 제자입니까?

예수님은 우리 모두에게 예외 없이 이 작은 목자로서의 제자의 삶에 동참을 명하신다. 예수님과의 개인적 관계를 맺게 하며, 그 분의 가르침을 배우고 지키게 하는 사역에의 동참을 위한 명령인 것이다. 그러한 동참에의 초청을 향해 우리가 하여야 할 것은 무엇인가? 첫째, 열심으로 그 분의 말씀을 배우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 배우기를 힘쓰는 우리의 모습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 분의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서 또한 그것을 가르치기 위해선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예수님처럼 이 세상의 불신자들을 "목자 없는 양"으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민망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10:36). 잃어버린 자들을 향한 안타까움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세째,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그러한 자들을 향한 초청이 필요하다 (11:29 "내게 배우라").

그러나 이러한 초청은 단순한 말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과 같이 본을 보이는 '의로운' 삶을 보임으로 초청해야 한다 (5:6, 20; 7:21-27; 12:50; 13:49). 결국 그 분과 같은 목자 "선생"이(10:25 "제자가 그 선생 같고") 되기 위해 지,정,의의 세가지 면에서의 헌신이 필요하다. 또한 그 분의 가르침에 분명하듯 작은 목자와 양의 관계는 상하관계가 아니며 (23:8-10), 함부로 권세를 행사하는 관계가 될 수 없다 (20:25). 오히려 이 큰 목자 예수님을 통하여 이루어진 새로운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섬기는 사람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20:26-28; 23:11-12). 결국 '제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기억하며 새롭게 헌신하는 제자들이 되어야 한다. "작은 목자"로서의 제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