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이루어질 하나님의 나라
박성민 간사
목사, 연세대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공학박사),
미국 트리니티신학교 졸업(신약학 박사),
싱가폴 동아시아신학대학원 부총장,
한국 C.C.C. 총무 역임
현 한국 C.C.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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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럽게 자라는 씨앗’의 비유 (막 4:26∼29)
교회 역사를 통해서 뿐 아니라 현재에도 풍유적(allegorical) 해석이 주로 주도하는 비유 중의 하나로 이 비유를 들 수 있다. 풍유적 해석의 한 예로 씨 뿌리는 사람을 그리스도로 보아, 그리스도가 씨를 뿌려놓았으며 그 후 성령이 교회와 인간들 사이에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때가 이르면 열매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자(예수 그리스도)와 성령 중심의 해석과는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인간과 연결하여 해석한 경우도 있다. 한 예로 요한 칼빈(John Calvin)은 씨 뿌리는 자를 그리스도로 보지 않고 말씀 사역을 하는 사람으로 보았다. 그의 해석에 의하면, 이 비유를 통하여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뿌리는 자들에게 ‘말씀을 뿌렸을 때 즉각적으로 열매를 얻지 못할지라도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계신다고 한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인내하라’는 메시지를 주시기 위하여 ‘성장 과정의 필요성’을 가르치셨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해석은 모두 성경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이 비유 자체가 그러한 메시지를 가르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 보아야 한다. 다음 해석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비유를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하나님 나라의 한 특성에 관하여 가르치고 계신다.
1.해석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관찰
먼저 이 비유의 한가지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는 사실은 이 비유가 마가복음에만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가복음은 다른 복음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량도 적고, 기록된 비유의 숫자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생각하여 볼 때 이 비유의 포함은 마가복음 전체를 통해 주고자 하는 신학적 메시지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하여야 한다. 특별히 마가복음은 핍박을 받고 있는 교회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았을 때 그러한 맥락에서 이 비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유 자체의 두드러진 특징을 보면 씨 뿌리는 과정에서 추수까지의 과정을 매우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씨가 뿌려진 후, 싹이 나고, 그 후에 이삭이 맺히고 마침내 충실한 곡식이 된다는 점을 단순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이러한 씨가 뿌려져 성장을 하여 추수를 이루는 과정 중에는 씨를 뿌리기 위해 필요한 작업으로 밭을 갈아야 하며, 그 후 돋아난 싹이 성장하기 위하여 거름을 주어야 하고, 지력과 영양을 빼앗는 잡초도 제거하여야 하는 등의 과정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점들이 생략되어 있다. 바로 이점을 이해할 때 우리는 이 비유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단순한 묘사를 통해 이 비유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먼저 이 비유가 ‘가르치고 있지 않는 사실’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농부의 역할은 씨 뿌리고, 밤에 자고, 아침에 다시 활동하다가 추수기에 낫을 들어 추수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농부의 노력과 역할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 비유 속에서는 그러한 농부의 노력과 역할은 당연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곡식의 씨가 뿌려진 후 추수까지의 모든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의도가 아니었음을 발견하여야 한다.
결국 이러한 점을 생략한 그 자체가 이미 이 비유를 통하여 씨가 자라고, 싹이 트고, 열매를 맺는 자연의 과정 모두가 하나님의 주관 하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마가복음의 대상이 핍박을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 볼 때 성도들의 삶 속에서 직면하는 어려움과 좌절을 경험하며 ‘과연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농부가 씨를 뿌리는 순간부터 추수를 얻는 과정까지 자신의 최선을 다할 수 있으나 그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농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씨로부터 싹이 나 겉보기로 어떻게 자라는가’라는 ‘과정’을 묘사할 수는 있으나 ‘그 성장 자체에 관하여는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비유는 바로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자들을 향해 ‘하나님 나라가 온전히 임할 것이다’라는 확신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비유 속에서 강조되었듯 ‘하나님께서 그분의 나라를 세우고 계신다’는 확신 하에, 그 나라에 속한 모든 믿는 백성들은 각자의 부르심을 받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지시키고 있다.
2.이 비유를 통해 얻는 교훈
이 비유를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에 관하여 다음 두 가지 가르침을 주시고 계신다. 첫째, 때로는 겉으로 보기에 성장을 감지할 수 없을 수도 있으나 하나님의 나라는 그분의 주권과 주관 아래 쉬지 않고 성장할 뿐 아니라 ‘영광 중에 분명히 이루어질 것임’을 가르치시고 계신다. 그러한 확신 속에 우리 믿는 이들 모두는 제자로서의 길을 좇는 일에 충성하며 살아야 한다.
둘째, 마치 씨가 자라 알곡을 맺어 추수를 하듯, 하나님께서 정해 놓으신 이 세상의 끝에는 하나님 나라가 자라나 온전한 모습이 될 것이며, 그 후에 하나님의 심판의 순간이 임할 것이다. 분명히 그때가 다가오고 있으며 하나님께서 그때를 향해 그분의 나라를 확장하고 계신다.
3.이 비유의 교훈과 우리의 현실
위의 비유는 오늘날 많은 사역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특별히 다양한 사역자들 중에서 목표 지향적인(goal-oriented)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극도의 피로감(burnout)과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특징으로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사역의 목표를 정해 놓고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문제는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오는 무력감과 낙심함이다. 오늘의 비유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가르치고 있다. 바로 우리의 결국은 하나님께서 이루실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여야 하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계획을 세워놓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안절부절함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여야 한다. 오히려 하나님께 우리의 사역의 결과를 맡기며 나아가는 그러한 태도를 넘어 우리에게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심지어 우리의 실수를 통하여서도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시는 그 결과에 대한 확신을 갖기를 원하신다. 결국 이러한 생각 속에 하나님 안에서 안식하는 중요한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대로 이 땅에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한 메시지에 관하여 확신 속에 안식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기대 속에 그분의 역사를 소망하는 그러한 모습이 우리 가운데 있을 때 우리의 사역이 오래 지속되어질 수 있다.
위와 같은 ‘확신 속에 안식’할 때 많은 사역자들이 경험하는 지쳐버림을 우리는 피할 수 있다. 같은 메시지를 역으로 생각하여 보면 우리가 아무리 노력을 하여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으면 수고가 헛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비유에서 그 일을 행하실 확신을 주심으로 우리 모두 승리가 기약된 경기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상기시키시고 있다.
사도 바울도 이 비유의 중심 메시지와 같은 맥락에서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은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 뿐이니라”(고전 3:6∼7)고 말하고 있다. 바로 우리 모두에게는 이 비유의 농부처럼 자신이 하여야 하는 것을 하며 하나님께서 키워주시는 그 과정을 즐거움 속에 지켜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여유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날과 같이 성공제일주의(success mentality)가 만연한 사회를 살며 많은 이들이 쉽게 빠지기 쉬운 두 가지 종류의 덫에 관하여 경고하며 확신을 갖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 가지는 우리의 사역을 향한 노력에 비해 열매가 매우 적어 과연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겠는가? 라는 ‘회의’에 빠지는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우리가 최선을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워놓은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오는 무력감과 낙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확신 속에 각자의 부르심을 받은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 비유에서 가르쳐 주시듯 당신은 조바심을 내지 말고 인내하며 안식하며 각자에게 맡겨진 일을 하며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루어 가시는가’를 기대하며 바라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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